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자갈마당 인근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가 본격 입주하면서 입주민과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자갈마당 고사작전에 나서면서 업소가 많이 줄고 있으나 강제철거는 쉽지 않은데다 남은 업주들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속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7일 오후 8시30분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어두컴컴한 입구를 따라 ㄷ자 형태의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불 켜진 업소가 드문드문 나타났다. 총 37개 업소 중 불이 켜진 곳은 13곳,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8곳이었다. 2004년 62개 업소에 350여명이 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 8월 자갈마당 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4대가 설치된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진 A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지난달 31일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39층짜리 7개동에 1,245가구로 육안으로도 자갈마당을 훤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전 자갈마당 폐쇄를 기대했던 입주민들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청소년기 자식들도 있는데 밤이 되면 빨간색 불이 건물 사이로 보이는 게 싫다’, ‘불법인데 왜 못 없애나’, ‘친척이나 친구들이 찾아오면 자갈마당 때문에 한숨이 앞선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현재 입주율이 14.7%인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과반수 이상 입주하면 대표자를 선출해 자갈마당 퇴출을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불법 영업이니 강제 철거해서라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갈마당 측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생존이 걸린 종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시민들의 기대에만 호응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라는 것이다. 한 업주는 “우리는 평생을 이곳에서 영업을 했는데, 이를 알고 이사온 입주민들이 자갈마당 폐쇄를 주장하는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 향후 자갈마당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시는 ‘탈성매매 여성 자활지원금’ 사업을 통해 지난 9월 자갈마당 종사여성 9명을 첫 자활지원대상으로 선정, 일부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달 17일 ‘도원동 도심 부적격시설 주변정비 사업 타당성 및 기본구상용역’ 중간보고회를 통해 일대 2만3,565㎡를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자갈마당 한 가운데 전문 전시공간으로 문을 연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에는 시민들의 발길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갈마당 한 업주는 “자갈마당을 고사시키기 위해 전시공간을 급조했지만 누가 작품을 구경하러 이곳에 오겠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터전국연합과 자갈마당 업주와 종사여성 등 300여명은 21일 대구시청 앞에서 2차 '대구집창촌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강현준 한터전국연합대표는 “지자체가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의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오랫동안 지켜온 터전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자갈마당 정비가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시민 요구 사항과 주변 여건 등을 바탕으로 대구시의 미래를 위한 일대 개발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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