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조기술 대부분 이미 보유
농축우라늄 연료 확보가 절실
美, 비확산 앞세워 발목 여지
무기 세일즈 협상카드로 쓸 듯
한미 정상이 7일 회담에서 핵잠수함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잠수함 개발 기술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이 구매 방식을 압박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잠수함 관련 ▦미국이 원칙적으로 도입을 승인하고 ▦구입과 개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술적 측면부터 함께 검토해나가는 3가지에 합의했다. ‘원칙적 승인’ 자체가 전례 없는 성과인 만큼, 최초의 핵잠수함 개발 프로젝트인 ‘362’사업이 2003년 좌초한 이후 14년간 금기로 여겨진 핵잠수함 도입에 물꼬가 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입과 개발을 동시에 거론하면서 주도권마저 미국이 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한 스텔스전투기나 첨단 정찰자산은 사오는 것 외에 딱히 도리가 없지만, 이미 건조 기술을 상당히 확보한 핵잠수함은 구매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핵잠수함은 원자로와 추진체계 등 주요 기반기술을 우리가 대부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62사업 당시 이미 4,000톤급 잠수함의 기본설계를 마쳤다. 다음단계인 상세설계를 거치면 도면이 완성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362사업에 주요 실무자로 참여했다. 14년이 지난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설계와 제작까지 최소 3년, 길어도 7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이 최초의 핵잠수함을 만들 때는 7년이 걸렸다.
물론 원자로를 잠수함에 접목하는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긴 하다. 또 핵잠수함의 연료인 농축우라늄 확보에도 미국의 동의가 절실하다. 동북아의 비확산과 한미 원자력 협정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미국이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로서는 개발이나 구매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핵잠수함을 확보하고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얼마든지 집(핵잠수함)을 짓고 아궁이(원자로)도 기가 막히게 만들 수 있는데 결국 땔감(농축우라늄)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결국 미국의 구매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발 기술을 이미 상당히 확보한 상태에서 핵잠수함을 통째로 구매한다면 막대한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퇴역을 앞둔 미국의 LA급 잠수함 마저도 1척당 1조~2조원에 달한다. 국산 개발 핵잠수함에 1조 5,000억원이 추산된다는 점에서 구매 방식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무역 적자 해소를 최우선과제로 들이밀며 으름장을 놓은 만큼, 핵잠수함은 최종 도입까지 여러 단계에서 결국 미국측의 협상 지렛대로 전락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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