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 시간 대부분을 북한 체제 비난, 미국의 힘 과시에 할애했다. 북한 때리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발전상을 평가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선 여야 모두 환영 입장이었다. 북한을 압박하는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고 협상의 여지를 둔 대목도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편향된 정보를 주장하거나, 속 시원한 북핵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35분간 진행한 연설을 통해 대북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체제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주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1950년 6ㆍ25전쟁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경제ㆍ정치ㆍ문화 발전을 높이 샀다. 그는 “한국이 이뤄낸 것은 정말로 큰 감명을 주고 있다”며 1960년에 비해 350배 늘어난 경제 규모, 1,900배 가까이 증가한 교역량, 정치발전 과정,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 K-팝 콘서트 흥행, 미국을 제패한 여성 골프선수 등을 실제 사례로 들며 한국을 극찬했다.
동시에 북한 체제의 실패도 꼬집었다. 북한을 ‘교도국가(prison state)’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비되는 북한의 경제난, 인권탄압, 미군에 대한 군사 도발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0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노동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고문, 기아, 강간, 살인을 견디며 고통 받고 있다”, “북한 생활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해외에 팔려간다” 등의 주장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 대비를 통해 북한의 체제 실패를 부각한 뒤 대북 경고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정권은 미국이 과거 자제했던 것을 유약함으로 해석했지만 이는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는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에 생중계된 이번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폭군’, ‘악당’, ‘잔혹한 독재자’ 등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직접 비난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완전한 파괴’, ‘화염과 분노’ 등 과거에 썼던 대북 군사 압박 문구도 넣지 않았다.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총체적인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화 여지도 뒀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핵 폐기에 나선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정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메시지는 절제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회 연설) 30여분 내내 반공교육을 받는 느낌이었다. 북한 문제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북한에 적대적인 표현을 하면서 도덕주의로 일관한 것은 유감스럽다”(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 같은 평가도 나왔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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