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연설과 현충원 참배를 끝으로 24시간 남짓한 방한일정을 마무리했다. 첫 방문이라는 상징성이 뚜렷했고, 순방 일정에 같이 포함된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해 짧은 체류였지만, 성과는 작지 않았다.
최대 관심사였던 북핵ㆍ미사일 대응에서 한미 간 이견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주 언급했던 “군사 옵션” 같은 표현을 자제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 해결 원칙에 공감을 표했다. 갈등 요인이던 통상 문제도 절제된 형태로 표출했다. 기상조건 때문에 무산됐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비무장지대 방문을 위해 전용 헬기까지 띄웠던 점은 이번 방한이 얼마나 우호적이고 상호이해의 시간이 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 성과는 국회 연설에서 한결 뚜렷이 묻어났다. “양국의 동맹은 전쟁 과정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면서 한국의 발전에 찬사를 보낸 트럼프는 이와 대비해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힘에 바탕한 평화 유지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축 원칙과 다르지 않다.
김정은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당신이 획득하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한 트럼프는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 출발은 공격의 종식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고 말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전날 문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비핵화 협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며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이 압박에 굴복해 제 발로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오길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 고강도 제재와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계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미 정상이 이런 ‘관여’에도 공감하길 바란다.
트럼프 방한을 둘러싸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벌어진 극렬한 찬반 시위는 볼썽사나웠다. 외국 정상에 대한 호오 의사 표출은 자유다. 하지만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의 이동을 방해할 만큼 과도한 거부감을 내보이거나, 그를 마치 신적 존재로 떠받들듯 열광하는 것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