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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호찌민시 “이런 큰 축제는 처음… 한류 흠뻑”

입력
2017.11.08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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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홍보 현수막이 걸린 시내 길을 따라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섞여 달리고 있다.
엑스포 홍보 현수막이 걸린 시내 길을 따라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섞여 달리고 있다.

베트남은 거리에서 악기 연주나 공연 등 이벤트를 보기 힘든 나라다. 기본적으로 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잘 걷지 않고, 이 때문에 웬만해서는 관중들도 잘 모이지 않는다. 소수가 벌이는 공연이라 해도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상 번거로움도 있다. 해진 뒤 손님들로 가득한 노천카페 등을 옮겨 다니며 그 앞에서 벌이는 간단한 ‘불 쇼’ 정도가 있을 뿐, 서울의 ‘홍대 앞’ 풍경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문화 교류를 통한 화합 같은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는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개막하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의미를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규모의 단일 문화 행사다.

베트남 역대급 문화행사

내달 3일까지 23일 동안 펼쳐지는 공연 수는 11일 개막식을 포함, 응우옌 후에 거리 주무대에서 45개, 보조무대에서 40개, 9ㆍ23공원에서 162개에 이른다. 이 외 오페라하우스, 벤탄 극장, 호찌민 음대, 시립미술관, 비텍스코 타워 등에서 이뤄지는 특별행사까지 더하면 300개가 넘는다. 레 쾅 롱 호찌민시 대외협력국장은 “이런 규모의 행사를 치러 본 적이 없다”며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치러지는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 최장 기간 행사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동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에 300만명의 국내ㆍ외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캄보디아, 터키, 라오스, 러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쿠웨이트가 개막 축하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고, 세계 민속공연, 실크로드 대학연맹 총회 등에 30여개국이 참가한다. 화장품 판매업에 종사하는 응우옌 깐 린(25)씨는 “아이콘, 송지효, 최지우 등 한류 스타들도 온다는 정보를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있다”며 “베트남 젊은이들도 유례없는 대규모 행사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막을 사흘 앞둔 8일부터는 젬 센터 등지에서 한ㆍ베 우정의 무대, 한류문화박람회와 한류통상로드쇼의 막이 올라 분위기 띄우기에 들어갔고, 9일부터는 K-뷰티 화장품 수출상담회, 뮤지컬 ‘800년의 약속’ 공연 등이 이어진다. 준비위 관계자는 “사전행사도 역대급”이라고 말했다.

행사 세계문화엑스포의 주무대가 될 응우옌 후에 거리 초입의 호찌민시청사 전경.
행사 세계문화엑스포의 주무대가 될 응우옌 후에 거리 초입의 호찌민시청사 전경.

손님맞이로 분주한 도시

개막을 사흘 앞둔 8일 호찌민시 9ㆍ23공원과 시청 앞 응우옌 후에 거리 인근에는 행사를 홍보하는 배너들이 시내 곳곳에 걸리면서 ‘축제’가 임박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엑스포 준비위 관계자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국가 행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엑스포 배너 수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호찌민시 관문인 떤선녓 국제공항에서부터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또 9ㆍ23공원 등 주요 행사장 인근 도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거리 시민 중 행사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시간을 내서 꼭 구경하고 싶다’고 답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 전문 기획사 관계자는 “호불호 감정은 물론 웬만해선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행사 홍보가 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면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행사인 만큼 개막하면 많은 시민이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기간 가장 많은 공연 162개가 펼쳐질 9ㆍ23공원에서도 ‘한국문화존’과 각 참가 팀들이 사용할 홍보 부스,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부스에 단청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던 호앙(26)씨는 “감독을 꼼꼼하게 하고 있어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한국 등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장터 46개,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 장터 26개, 베트남 장터 20개, 한국 체험존 5개 등 100여개 코너가 들어선다.

관광 1번지 꿈꾸는 호찌민

주최 측이 내건 슬로건은 ‘문화교류를 통한 아시아 공동 번영(Living Together)’.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가입 후발 국가지만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아세안 내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베트남의 의지가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안 투언 린 호찌민시 대외협력국 부국장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한ㆍ베 양국의 협력이 깊어지고 다른 문화에 대한 호찌민 시민들의 이해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 같은 문화교류는 다른 분야 협력으로도 이어져 교역 증대,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에 내걸린 홍보 배너와 막바지 시설물 작업에 한창인 행사 예정지를 제외하면 시내는 평온한 분위기. 하지만 관광업계는 손님맞이에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내 노폭호텔사이공의 당 마이 두어이(28) 판매 담당 이사는 “이번 주부터 엑스포 종료시점까지 모든 객실이 다 찼다”라며 “선결제하는 경우에만 방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3성급 이상 시내 다른 호텔들도 대부분 만실”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호찌민을 오가는 국내 항공사들도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지만 행사 기간 예약률은 90% 수준. 사실상 만석이다. 지난해 52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았던 호찌민시는 올해 관광객 6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호찌민시 9ㆍ23공원에 위치한 한국문화존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은 이례적으로 이 공원에 ‘용접’을 통한 시설물 건립을 허용했다.
호찌민시 9ㆍ23공원에 위치한 한국문화존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은 이례적으로 이 공원에 ‘용접’을 통한 시설물 건립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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