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동두천소방서 한경승씨가 제안
무게 가볍고 가격도 훨씬 저렴
“소방의 날 맞아 1000대 기부”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감각에 의존해 화마와 싸운다. 이때 열을 내는 물체를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열화상(熱畵像) 카메라는 소방관의 눈을 대신한다.
열화상 카메라는 인명구조는 물론 발화지점과 지형지물 확인, 퇴로 확보에 유용하지만 무겁고 작동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게다가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한 데다 가격도 대당 2,000만원에 달해 보급이 쉽지 않다. 보통 수백 명이 근무하는 소방서 한 곳에 열화상 카메라는 1, 2대에 불과하다.
2014년 4월 앞이 보이지 않아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경기 동두천소방서 한경승(36) 소방교는 열화상 카메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직접 더 가볍고 저렴한 열화상 카메라 개발에 뛰어들어 대학생들과 3D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했지만, 완성된 제품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술 장벽에 부딪힌 한 소방교는 지난해 사회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내면 삼성전자가 함께 실현하는 공모전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을 노크했다. 그의 제안이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을 가동했다. 올해 2월 C랩에 참여한 삼성전자 임직원 5명은 현직 소방관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9개월 만에 저가형 열화상 카메라를 완성했다.
세계 최고 제품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열화상 카메라는 조작이 간편하고 1㎏이 넘는 기존 장비와 달리 무게가 350g에 불과해 휴대성이 뛰어나다.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현장 테스트에 참여한 소방관 104명 중 대부분이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판매품이 아니라 가격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장비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소방의 날’인 9일 1차로 제작한 열화상 카메라 1,000대를 전국 소방서에 기부한다고 8일 밝혔다. 한 소방교가 아이디어를 낸 지 3년여 만에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삼성전자 인사팀 박용기 부사장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민의 제안을 삼성의 기술로 현실화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소방교는 “열화상 카메라는 인명구조뿐 아니라 소방관 자신을 지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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