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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자식까지 낙인 찍힌 것 같아 매일 울었다”

입력
2017.11.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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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측 “자백한 진짜 동기는 용기”

김종 “가족ㆍ동료 실망시켜 가슴 아파”

재판부, 태블릿PC 국과수에 감정 신청

장시호(왼쪽)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장시호(왼쪽)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성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38)씨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최순실씨 조카와 최측근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이 관여된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6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징역 1년 6월, 김 전 차관에게 징역 3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을 비춰볼 때 엄중하게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특검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한 장씨에 대해서는 “구속된 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를 상세히 말했기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다른 국정농단 관련 피고인들과 대조적인 모습이고, 3억원을 변제해 피해를 회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씨 측 변호인도 잘못을 적극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은 “자백한 장씨는 혼자 살기 위해 이모(최씨)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 됐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으려고 자백했느냐는 조롱도 들었다”며 “살기 위해 가족을 팔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장씨의 진짜 동기는 용기”라고 말했다. 어린 아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를 설명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된 장씨는 당시 아들에게 ‘좀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자라’고 하고 나왔다”며 “10살 된 아들이 친구에게 ‘너네 엄마 감옥 갔다며’라는 말을 듣자 친구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식에게) 낙인이 찍힌 것 같아 매일 밤 울었다”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잘못이) 대물림되는 것 같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염치가 없어 차마 못한 말이지만 여러 사정을 헤아려 선처해달라. 잘못은 꾸짖되 어린 아들과 평생을 자숙하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변호인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울음을 터트린 장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가 잘못한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죄송하다”고만 짧게 말했다.

김 전 차관 측도 수사 과정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국정농단이라는 거대한 사건의 일부가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수사와 재판에서 아는 사실을 밝히고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한 만큼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후 진술에서 “20년 동안 재직하던 교수직을 잃었고, 학자적 명예도 실추됐으며, 더 가슴 아픈 건 저를 믿고 후원해준 선후배 동료 교수들과 사랑하는 아들에게 실망감과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1년 동안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며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죄값을 겸허하게 달게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평생 사죄하는 심정으로 참회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오후 2시 10분 장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함께 기소됐지만 아직 심리할 부분이 남은 최씨에 대해선 이들과 재판을 분리해 추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최씨와 함께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전자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8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장씨는 최씨의 ‘제2의 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최씨 변호인의 지속적인 감정 신청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감정 절차의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최씨 측이 요청한 전문가 3명도 감정 작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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