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90년대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이 18년 만에 만났기 때문이다. 치정멜로에 스릴러를 더했던 ‘해피엔드’와 법정드라마에 스릴러를 더한 ‘침묵’은 전혀 다른 장르지만, 충격적인 결말과 영화를 끌고 가는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어째서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만나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됐지만 그동안 꾸준히 연락하며 지냈던 것은 아니다. 최민식은 “서로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이번에 만났을 때 마치 몇 달 전에 만났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같은 계통에 있다 보니까 서로 작품도 보고 소식을 전해 들으니까 시간의 간극을 느낄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다시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나는 정지우 감독 스타일을 좋아한다. 진지하게 파고드는 부분이 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볼만 하다. 구두 계약을 했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술 먹으면서 이야기한 거라 정 감독 생각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해피엔드’ 당시 최민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배우였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서있다.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음은 어떨까.
최민식은 “송강호, 이병헌 등 협객들이 많다. 이번에 영화 ‘남한산성’을 봤는데 끝내주더라. 무림의 고수들이다”라며 “내가 최고라고 느끼는 순간 그날로 표창 맞는 거다. 나를 좋게 말해주시면 개인적으로 고맙지만, 우리 일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누가 몇 초에 끊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다들 외모도 살아온 인생도 사고도 감성도 다르지 않나. 악기가 다른 거다. 각기 다른 개성들이기 때문에 다 어우러질 수 있다. 만약 임태산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다른 맛이 났을 것이다. 거기서 누가 ‘최고다’라는 말은 고맙지만 쑥스럽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악기를 더 녹슬지 않게 갈고 닦아야 한다”라며 겸손한 자세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그의 겸손한 마음은 선배나 동료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실 현재 그와 호흡을 맞추는 사람은 선배보다는 후배들이 더 많다. 최민식은 후배들과 작업을 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류준열, 이하늬, 박신혜, 박해준 이런 친구들이 치열하게 해내니까 우리도 바짝 정신 차리게 된다. 상대의 기운에 따라서 합을 맞추는 거다. 모든 인물마다 영감을 받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류준열은 아주 거침없으면서 유연하다. 영화 외적인 분위기에 눌려서 자기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류준열은 그렇지 않다. 공이 팍팍 꽂히니까 나도 네트 바깥 너머로 던져야 한다”라며 극찬했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 최민식은 “여러 명이 있다 보면 현실적으로 불협화음이 나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런게 없었다. 정지우 감독과도 말했지만 우린 ‘복 받았다’고 했다. 다들 각자 제몫을 해내는 프로들이면서 마음을 열고 연기했다. 나는 모든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다들 대문을 열어 놓고 나를 받아들여줬다. 잘 차려진 상에 대접 받고 나온 기분이다. 좋은 인연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자화자찬 같지만 현장 분위기가 그 정도로 좋았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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