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명의 계약서 작성… 전자제품 인수
100만원짜리 중고장터에 70만원에 처분
계약자에겐 20만~30만원만 건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허위계약서를 쓰게 한 뒤 받은 가전제품을 처분해 거액을 챙긴 사기단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8일 ‘렌털깡’ 수법으로 61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대출브로커 A시와 가전제품 렌털업체 영업직원인 B씨 등 3명을 구속하고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급전이 필요한 C시 등에게 렌털업체와 임차계약을 하게 한 뒤 받은 가전제품을 중고품 판매사이트에서 처분했다.
A씨가 이런 식으로 챙긴 돈은 모두 61억 원에 이른다. 경찰조사 결과 A씨 일당은 동네 소식지 등에 “작업대출” “외국인ㆍ신불자 즉시 대출” 등의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실적에 급급한 렌털업체 사업국장, 판매원 등과 짜고 렌털계약서를 쓰게 했다.
정수기처럼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가전제품은 제외했다. 진공청소기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가전제품을 렌털 한 뒤 인터넷 중고시장을 통해 정상가의 70% 가량에 판매하고, 렌털 계약금액의 20~30%를 계약자에게 지급했다.
대출브로커는 계약금액의 절반 가량을, 렌털업체 직원들은 거액의 판매수수료를 챙겼다. 계약자들에겐 렌털비가 남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애초에 갚을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들이었다. 피해금액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렌털업체에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를 통해 돈을 빌린 신불자들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들도 허위라는 점을 알고 계약서를 썼지만 렌탈비 채무가 남은 만큼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며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카페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량한 기업과 서민을 울리는 불법대부업자들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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