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경기도내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했던 홍모(33)씨는 지난 9월 ‘20대 교사에게 활을 쏜 교감’ 제목의 기사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여성 교사를 이유 없이 세워 놓고 체험용 활을 쏘면서 인격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는 내용이었는데, 홍모씨가 7년 전 부장 선생으로 받았던 갑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홍모씨는 부장 선생 자녀의 영어 말하기 대회 원고 작성은 물론 부장 선생의 대리 영어 시험도 봐야 했다. 홍모씨는 이후에도 부장 선생의 계속된 사적 지시들을 거절했지만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신규 교사는 처음 본다”며 “지시에 따르기 싫으면 학교를 그만두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어 학생 관리 등에서 불합리한 간섭은 더해졌고 홍모씨는 결국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신규 교사들이 동료 선배 교사들의 갑질로 신음하고 있다. 부당한 업무 지시에서부터 행정업무 떠넘기기와 선배 교사들의 수업 공백 메우기 등으로 유형도 다양하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초임 기술 교사인 김모(28)씨는 “몇몇 연차 높은 선생님이나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은 선생님들은 신규교사들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개인 업무로 외출을 하는 선배들의 수업에 대신 들어간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신규 교사들에겐 선배들의 퇴근 이후 회식과 각종 모임 참가 요청도 곤혹스럽다. 권유 형태이긴 하지만 단체 생활을 중시하는 학교의 경우엔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 경기도내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 중인 이모(26)씨는 “회식과 모임이 많고 성격도 달라 빠지기가 힘들다”며 “거절했다간 ‘사회생활 안 할 거냐’고 반문 당하기 일쑤다”고 꼬집었다.
갑질 선배 교사들을 관리 감독하는 연차 높은 교감이나 교장 선생님들간의 유대관계를 감안하면 학교 내에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4년차 영어 교사인 박모(32)씨는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선배 교사나 교감, 교장에게 ‘유별나다’고 밉보일 수 있고 그 다음 해에 업무가 많은 부서나 소위 ‘문제아’가 있는 반의 담임으로 배정받는 것을 봤다”며 “다른 곳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은 공무원의 특성상 ‘좋은 게 좋다’는 정서가 팽배해 선배 교사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학교내 상황을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도 선배 교사들의 이런 갑질 문화는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명백히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을 지시할 경우 1차적으로 교감 선생님과 상담해보고 그래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교육청 감사관이나 민원팀에 민원을 제기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청이 학교 내부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학교가 자체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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