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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1년’ 축제 접은 우리은행, 중대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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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1년’ 축제 접은 우리은행, 중대 기로에

입력
2017.11.08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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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관련 본사 압수수색 당해

사상 최대 실적 등 원년 성과 퇴색

민영화 완결-지주사 전환 지연

해묵은 계파갈등 해소 등 숙제

우리은행 본사
우리은행 본사

#. 7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로비를 가득 채운 건 다음주(13일)로 다가온 민영화 1주년 축하 현수막이 아닌 검찰 수사관들이었다. 검찰은 이날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22층 이광구 행장 사무실과 15층 인사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 직원은 “지난 1년간 많은 성과를 이뤘는데도 지금은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뢰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며 허탈해 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 성공 1주년을 앞두고 은행의 미래를 가를 중대 기로에 섰다. 당장 시끄러운 검찰수사와 은행장 교체 등은 오히려 작은 문제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진정한 민영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정부지분 완전정리와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굵직한 과제들까지 이번 사태로 줄줄이 연기되는 걸 더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해묵은 계파갈등 해소까지 우리은행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려했던 민영화 원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1월 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51.1% 가운데 29.7%를 7개 과점주주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한 이후 우리은행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1년’을 보냈다.

올해 초 정부 측 비상임이사를 배제하고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민선 1기 행장(이광구 행장ㆍ연임)을 뽑은 것 자체가 과거와는 큰 변화였다.

주가도 올해 초 1만2,600원에서 이달 2일 1만6,300원으로 29.4%나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모든 시중은행을 물리치고 자산 규모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사업권(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을 따내기도 했다. 연이어 발표한 3분기 누적 실적에서도 1조3,78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며 민영화 1주년을 향한 축제 분위기는 고조됐다.

미래에 드리우는 먹구름

하지만 불과 한달 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 선발 당시 16명을 국가정보원 등 추천을 받아 특혜채용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이광구 행장 사퇴와 검찰수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민영은행’을 꿈꾸는 우리은행으로선 당장 차기 행장 선임이란 산부터 넘어야 한다. 과점주주에게 지분 30% 가량을 넘겼지만 정부는 여전히 18.52%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언제든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입김(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비상임이사 파견)을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이르면 올해 안에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정부 잔여지분 매각도 이번 사태로 미뤄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 주가도 빠지고 있고 차기 은행장도 누가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연내 지분 매각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이 강력히 추진하던 지주사 전환도 마찬가지다. 이 행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지주사 전환을 공언한 뒤, 지난 4월 유럽을 돌며 투자자 설명회를 가졌고 6월에는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둘 기반도 마련했지만 역시 나머지 과정은 후일을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갈등은 향후 누가 행장이 되느냐에 따라 오히려 더 커질 우려까지 제기된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점주주 간에 미묘하게 엇갈리는 이해관계도 앞으로 우리은행의 미래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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