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도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구입할 수 있을까?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은 고민해 본 적 없겠지만 사실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캔음료 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가 각인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음료’라고 만 적혀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도움 없이는 탄산음료인지 이온음료인지를 스스로 선택해 마실 수 없는 셈이다.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인권 프로젝트팀 ‘훈맹정음’은 이런 생활 속 작은 차별에 주목했다. 이른바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캠페인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들은 캠페인을 실천하기 위해 교내에 있는 자판기 중 하나에 제품의 모양을 볼 수 없게 종이로 가리고 점자를 부착했다. 비장애인도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이들이 겪는 불편을 직접 체험해보고 일상 생활을 되돌아보게 만들자는 취지이다.
이런 취지에 다른 대학 학생들도 공감했고,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서울여대를 시작으로 10일까지 연세대, 이화여대, 강원대 등 1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교내에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설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 캠페인을 기획한 유경민(21)씨는 “캠페인을 통해 비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의 권리와 점자 표기 확산에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선 PD chgnsun91@hankookilbo.com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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