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강도만 높은게 최선 아냐
운전자 주변 공간은 지키면서
엔진룸 등이 적절히 파손되며
직접적 충격 오지 않게 막아줘야
지난달 30일 배우 고(故)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자동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씨가 탔던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 지바겐’(G63 AMG)이다. 가격만 2억원이 넘는 고급 차지만 충돌사고에서 차체가 심각하게 파손되며 결국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자동차 안전성에 대한 불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안전은 자동차 구매 시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특히 차체가 차량 충돌 시 탑승객의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아무리 뛰어난 자동차 안전 보조 기능들이 탑재됐다 하더라도 충돌 시 충격을 완화해주지 못한다면 제구실을 할 수 없다. 에어백, 안전벨트 등은 차체 다음으로 탑승객을 보호하는 보조장치의 역할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차체 강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자동차 안전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탑승객이 타고 있는 주변 공간은 파손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설계하면서도 자동차 충돌 시 충격이 그대로 탑승객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엔진룸 주변 등은 오히려 적절히 부서지게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 앞쪽에서 정면충돌했을 때 전륜 자동차 앞쪽에 위치한 큰 엔진룸이 그대로 운전석으로 밀고 들어오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며 “이럴 경우엔 엔진룸 주변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만드는 게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선 단순히 차체 강성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최신식 용접 기법을 활용하는 등 차의 안정성을 극대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르노삼성의 ‘SM6’ 지붕에는 다른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띠 모양을 가진 두 줄의 고무 몰딩을 찾아볼 수 없다. 일반 자동차의 지붕엔 옆면 차체와 지붕 면을 접착한 용접 부분을 가리기 위해 고무 몰딩으로 마감 처리돼 있다. 하지만 SM6 지붕에 고무 몰딩이 없는 것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플라즈마 브레이징 용접’을 국내 자동차업체 중 최초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플라즈마 브레이징 용접은 최대 섭씨 1만5,700도의 초고온을 활용해 차체를 점이 아닌 선으로 용접하는 공정 방식이다. 쉽게 얘기하면 옷을 단추로 여미다가 지퍼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차체의 일체감을 높이면서 뒤틀림을 줄여 내구성을 확보했고 추가적인 부품 결합이 없어져 연비향상 효과도 탁월하다. 르노삼성의 노력으로 SM6는 ‘한국 신차안정도평가’(KNCAP)에서 실시한 ‘2016 올해의 안전한 차’ 충돌안정성 부분에서 다른 14개의 비교 차 중 가장 높은 점수인 65.1을 기록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엔 기가파스칼 급의 초고장력 강판을 18.5%(76㎏)를 적용해 차체 강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일본 토요타 고급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자동차업계 중 최초로 ‘레이저 스크루 용접’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용접 방식은 용접점에 강한 전류를 흘려 고열을 발생시키는 아크방전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아크방전은 고열 때문에 때로 철판 용접점이 녹으면서 변형되는 단점이 있는 데다 가열해서 녹인 뒤 붙이는 방식이어서 시간도 2, 3초 걸린다. 하지만 레이저 스크루 용접은 용접 점만 정교하게 레이저로 조준해 쏘는 방식으로 강판의 변형이 훨씬 적고 용접 시간도 1초가 걸리지 않는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 불가능한 부위까지 용접할 수 있어 차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기아차는 ‘올 뉴 모닝’의 주요 충돌 부위에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고강도를 가진 소재는 성형 과정에서 구부리기도 어렵지만 성형 후에도 자기 모양으로 복원되려는 성질이 강하다. 차체에 고강도 소재를 쓴다 해도 복원력이 강하면 나중에 뒤틀림이 생기면서 교통사고 시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핫스탬핑 공법은 고온의 부드러운 상태(연질)에서 성형한 뒤 급랭함으로써 단단한 경질로 바꿔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강판 강도 150㎏ㆍf/㎟는 쉽게 풀이하면 가로와 세로 각각 1㎜ 굵기를 가진 사각 단면 철사에 150㎏ 무게의 물체가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단단한 물체를 성형하기 위해 핫스템핑 기법을 적용,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핫스탬핑을 적용한 부품은 차체의 주요 구조 부재인 필라류와 멤버류 부품에 적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핫스탬핑 적용을 통해 충돌성능을 확보하면서도 경량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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