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25년 만의 국빈 방문에
“한미 연합 방위 중심” 의미 담아
방위비 분담 협상 염두 포석인 듯
양국 장병과 함께 오찬 가지며
“어려울 때 함께 피 흘린 친구”
한미 공조 강조하자 트럼프 박수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평택의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깜짝 방문했다. 25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한에 최고의 예우를 갖추겠다는 문 대통령의 배려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완화시키겠다는 포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미군기지에서 영접한 것은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의전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미8군 사령부가 이곳으로 이전을 완료한 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해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을 확인하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보장을 위한 정부의 기여를 확인할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공식 환영식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맞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날 공식 영접 행사와 별개로 문 대통령의 험프리스 기지 방문 일정을 전격 추가했다.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영접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일본과 중국보다 짧은 1박2일이라는 점을 의식한 조치다. 또 이날이 한미 연합사 창설 39주년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해 문 대통령은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으로부터 기지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 방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평택 기지는 한미 연합 방위력의 중심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양국 정상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한미 양국 장병들이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양국 장병들과의 오찬을 마친 뒤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함께 피를 흘린 진정한 친구”라고 한미공조를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한미동맹의 아주 든든한 초석이고 한미동맹의 미래”라며 “함께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짱을 끼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고,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는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통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비무장지대(DMZ)가 아닌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함으로써 한미동맹에 있어 한국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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