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방한 반대와 환영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한동안 설치하지 않았던 차벽을 동원,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쪽 행진과 트럼프 대통령 동선이 되는 차도로의 진입을 제지했다. 경찰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 이동 도로를 기준으로 50m 이내를 집회 등을 금지하는 경호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날 집회 현장엔 자취를 감췄던 경찰 방패와 채증용 캠코더가 다시 등장했고, 시위대 깃발과 피켓 상당수는 압수됐다. 경찰 제지에 반발하는 일부 참가자는 격리 조치되기도 했다.
220개 반미 성향 시민단체가 모인 ‘NO(노)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 위협, 무기 강매, 강도적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방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국회 연단까지 내주는 굴욕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 도착 시간 인접해서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청와대 사랑채 방향으로 ‘3보1배 행진’을 강행하다 정부서울청사 앞부터 경찰 제지에 막혔고, 이에 반발하는 참가자 30명 가량이 이동 및 격리 조치 됐다.
공동행동이 오후 1시부터 진행하려던 ‘미국 대통령 반대 행동전(문화제)’도 예정 장소에서 열리지 못했다. 경찰이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남측부터 이순신장군상까지를 경호구역으로 새로 설정하면서 광화문 중앙광장(이순신상과 세종대왕상 사이)에서 열기로 했던 문화제를 비롯한 각종 집회가 제한됐다. 공동행동은 세월호 천막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문화제(주최측 추산 1,000명, 경찰 추산 500명)를 진행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트럼프 노’라고 써진 깃발을 들고 “전쟁 위협하는 트럼프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경찰은 추가로 이들이 운집한 곳 주변을 버스 25여대로 만든 ‘ㄷ’자 형태 차벽으로 막으면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했다.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차벽을 설치할 수 있느냐”며 “경찰은 물러가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경찰은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집회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경호구역으로 설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오물 투척 등 돌발행동도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세종대로사거리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한국기독교총연맹 등이 주최하는 트럼프 방한 환영 집회(경찰 추산 3,000명)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 뜻대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게 된다”며 “우리 보수우파는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3시10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광장을 지나가자 반대 집회 측에서는 야유가, 환영 집회 측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들고 있던 깃발을 던지면서 “트럼프 게 섰거라”고 소리 질렀다. 환영 집회 측에서는 “USA(유에스에이)! USA!”를 연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간 뒤 공동행동은 종로구 팔판동에서 집회를 하고, 오후 7시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경찰 추산 800명)를 이어갔다. 공동행동은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 했으나 취소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환영 집회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 간에 시비가 붙거나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때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경력 195중대(약 1만5,600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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