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포럼 참석차 방한
“남북 대화자리 마련 가장 중요”
“한국인들은 ‘빨리 빨리’에 익숙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인내심입니다.”
7일 서울 명동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임을 거듭 강조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남미 가톨릭 국가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오(1917~1980) 대주교 최측근이었다. 로메오 대주교는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극우파에 암살당한 인물로, 같은 남미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메오 대주교를 시복하여 복자로 선포하면서 다시금 조명받았다. 로메오 대주교 사후 차베스 추기경은 내전을 벌이고 있던 정부군과 반군 간 협상을 중재해 1992년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핵 위기 등에 관심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베스 추기경에게 모종의 역할을 주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들이 외신에 나오기도 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남북 간 중재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연약한 제가 어떻게 특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의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둘러앉은 이 원탁처럼 남북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야 하고 교회는 이런 원탁의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베스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남미 가톨릭 지도자들의 분쟁해결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한 ‘2017 한반도 평화 나눔 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포럼에서도 그는 평화를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면서 “평화를 향한 페달을 밟기 시작한 이상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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