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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면접관은 대학ㆍ출신 다 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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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면접관은 대학ㆍ출신 다 알더라

입력
2017.11.0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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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말뿐인 블라인드 채용

“이력서에만 안 쓰면 뭐하나”

졸업증명ㆍ성적증명서 요구하고

면접관이 직접 “어느 대학” 질문

취준생 “예전이랑 뭐가 다른지”

기업 “지방인재 지원 등 검증용”

정부 “법적 의무는 없어” 속수무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한 금융공공기관에서 면접을 본 취업준비생 A씨는 출신 대학과 전공에 대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블라인드 채용’이라 했고, 실제 이력서 등 입사지원 서류에는 학력 관련 정보를 일절 적지 않았다. 그런데 면접관은 그가 나온 대학과 전공을 알고 있었다. A씨는 “그때 사전에 제출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가 떠올랐다“며 “거기에 나오는 신상정보가 그대로 전해진 걸 텐데 학력이나 출신지를 보고 입맛대로 뽑던 예전이랑 달라진 게 뭐가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공기관이 올 하반기(7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실시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블라인드 채용은 응시자에게 출신지와 학력 나이 등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뽑겠다는 것인데, 응시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관련 서류를 암암리에 제출하게 한다고 폭로한다.

일단 공공기관이 전형과정 도중 학력 등 정보가 담긴 졸업이나 성적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인사 담당자들이 면접 참여자에게 직접 신상을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라인드 채용은 겉으로 내세우는 허울일 뿐, 이런저런 방법으로 응시자 신상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실제 9월 금융관련 공공기관 신입 공채 필기전형을 합격한 수도권 대학 출신 B씨는 “(면접 전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역시나 면접 담당자들이 대학 전공과 졸업 시점까지 다 알고 있더라”라며 “실력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가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취업사이트나 대학 커뮤니티에도 '블라인드 아닌 블라인드 면접'을 경험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전공 필기를 통과하니 졸업증명서, 병적증명서를 요구해 학교랑 나이를 다 확인하더라"라거나 "면접관이 신상에 관한 질문을 퍼붓더라"는 내용이다.

입사지원서 접수 때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 제출을 대놓고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다. 올해 채용에서 일부 공공기관은 입사지원서 접수 시 지원자 전원에게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를 스캔 해 첨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C씨는 “지방인재 대상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만 졸업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최종 합격 이후에 요구하면 될 텐데, 굳이 처음부터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인사 담당자들도 할 말은 있다. “직무관련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출 받는 것으로 면접 과정에 절대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얘기. 이들은 “지방인재 지원 등에 자신이 해당되는지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이나 허위로 가점 적용을 표기하는 지원자 등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도 우대 사항과 관련된 증빙서류는 최종 합격자 발표 전에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항변도 더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지켜지는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가이드라인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위반기관에 대해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추후 취업준비생 의견을 수렴해 추가적인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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