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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 빛과 그림자] 한국경제 가장 약한고리는… “가계부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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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 빛과 그림자] 한국경제 가장 약한고리는… “가계부채” 24%

입력
2017.11.07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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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지 20년이 지난 2017년 11월, 한국 경제의 기상도는 꽤 쾌청하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은 순조롭고 내수도 나쁘지 않아, 올해 3% 성장 목표 달성은 확정적이다. 1인당 소득 3만달러도 올해 또는 내년 가능해 보인다. 갈등을 빚던 중국과 화해했고 북핵 등 외부변수도 다소 잠잠해지면서 ‘위기론’은 쑥 들어갔다. 오히려 지난 9월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수출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취약 변수가 많고 외풍을 많이 타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일 투성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위기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20주년을 굳이 기억하는 것도 그런 위기를 피해가기 위해서다.

한국 경제가 1970년대 1ㆍ2차 오일쇼크,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다섯 번째 위기를 맞는다면 가계부채나 북핵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의 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대외 변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일보가 6일 전직 관료, 경제학자, 금융인, 대ㆍ중소기업인 등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부채, 북한 핵, 미국ㆍ중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파장 등이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됐다.

다시 위기가 온다면 어디에서 시작될 것인가(복수응답 가능ㆍ총응답 58회)라는 질문에 14명(24.1%)이 가계부채를 꼽았다. 우선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규모 자체의 문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가계대출 총량이 국내총생산(GDP) 90%를 넘어 금리인상시 이자비용 증가와 현금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는 총량 못지 않게 해법에 따른 부작용 역시 크다는 것도 문제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가계부채 해소에 맞춘 정책(금리인상 등)에 초점을 맞추면 자산ㆍ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수요(내수)가 더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환 SK텔레콤 상무 역시 “대출 축소 과정에서 소비ㆍ부동산ㆍ건설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가계부채는 지금 이대로 둬도 문제이고, 해결을 하려 해도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게 설문 응답자들 고민이다.

북핵은 가장 예측ㆍ대응이 어려운 악성변수로 꼽혔다. 11명(19.0%)이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을, 10명(17.2%)이 ‘미국ㆍ중국 등 패권국의 자국우선 정책에 따른 여파’를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북핵은 우리 통제권 밖의 외부변수라는 게 가장 문제”라고 밝혔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시 글로벌 자금의 국내 유입이 축소되면서 금융시장 및 기업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구제금융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는 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비율이 팽팽하게 갈렸다. 50명 중 5명(10%)이 ‘매우 동의’, 19명(38%)이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한 반면, 5명(10%)은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20명(40%)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는다’에 표를 던졌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년 안에 다시 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4명이 “매우 높다”, 18명이 “어느 정도 높다”고 답해, 44%가 그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그러나 ‘별로 높지 않다’(25명)와 ‘매우 높지 않다’(2명)는 부정적 의견(54%)도 절반을 넘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3,4년 후 반도체 슈퍼호황이 끝나고 금리인상ㆍ보호무역 효과가 구체화하면서 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내수가 부진해지는 시점이 겹치면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제금융을 받고, 힘겹게 빚을 털고, 눈물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다시 선진국 문턱에 가까스로 들어서는 데 걸린 20년간을 돌이켜 보면서 응답자들은 그간 기업의 성과가 가장 눈부셨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주목해야 할 긍정적 변화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ㆍ총응답 58명)에 가장 많은 19명(32.8%)이 ‘기업체질 개선’을 꼽았다. ‘글로벌 선도기업 배출’(11명)까지 포함하면 51.7%가 기업의 체력과 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한국 경제가 이룬 최대 성과로 봤다.

90년대까지 기업의 성장은 정부 정책, 저임금, 금융권 대출 등을 등에 업은 집약적 성장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기술 중심 성장 체제로 변화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부채에 의존한 기업금융 구조가 외환위기 이후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20년간 한국 경제에 나타난 가장 부정적 현상은 양극화와 성장동력 쇠퇴가 꼽혔다. 복수응답자 61명 중 각각 20명(32.8%)이 ‘분배구조 왜곡과 양극화 심화’, ‘성장잠재력 저하’를 지목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교수는 “소득분배 악화로 사회적 갈등이 커져 사회ㆍ경제적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시 올 지 모를 위기 재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역할’을 묻는 질문(복수응답ㆍ총응답 53명)에 22명(41.5%)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성장전략 마련 및 실행’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시장 관리 및 가계부채 건전성 회복(11명),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10명) 등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란 주문도 나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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