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독재자로 악명 높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서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 여사가 남편 사후 차기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이먼 카야 모요 짐바브웨 정보부장관은 6일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불충의 특성을 보였다”는 이유로 부통령직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모요장관은 “음난가그와는 그의 업무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무가베 대통령 치하에서 정보당국을 이끌었던 음난가그와 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의 후계자로 유력시됐으나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와 암투를 벌이면서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스 여사는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에 이미 “당을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음난가그와 부통령의 출당을 요구했으며 무가베 대통령에게도 그의 해임을 건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는 전날 수도 하라레 체육관에서 열린 토착 교회 행사에서 “무가베 대통령에게 내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후계자 지명을 요청했음을 밝혔다. 그는 또 “여성도 부통령을 맡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혀, 직접 부통령을 맡아 계승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총리직에 오른 뒤로 7년간 총리로 국가를 이끌다가 1987년 대통령에 취임, 현재까지 총 37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무가베는 2018년 대선에도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93세 고령인 탓으로 최근에는 그의 후계자 지위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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