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6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 전략적 이해의 접점을 ‘자유롭게 열린 인도ㆍ태평양전략’으로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다. 두 정상은 이를 공동외교전략으로 표명했다. 연결고리는 중국견제다.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서 중국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중국 부상에 따른 동아시아 질서 변화에 미국을 확실히 묶어둠으로써 중국에 맞서려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기획자 내지 아이디어 제공자로서 아베 총리가 역할을 수행했다. 이 구상은 미국의 영향력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공통가치관을 가진 인도 및 호주까지 끌어들여 4개국 연대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실크로드)에 대한 사실상의 포위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해양질서 유지강화는 지역평화와 번영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며 미일은 이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등에서 미일간 논의를 주도해나갈 뜻을 나타냈다.
일본이 인도ㆍ태평양전략을 아ㆍ태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가까운 대중국 안보포위망으로 간주할 가능성은 더 커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추가적인 독자 대북제재 강화 방침도 트럼프 측에 확인했다. 35개 단체 및 개인 자산동결을 7일 결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일본은 2014년 7월 북한과 ‘스톡홀름 회담’으로 납치피해자에 대한 조사에 합의하면서 북한 국적자 왕래 제한과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금지 등을 해제 및 완화키로 했지만 지난해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 원상 복귀된 상황이다. 대북 독자 제재 강화가 북일간 납치자 문제 해결에 장애가 될 것이란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있었지만 트럼프 앞에서 확실한 강경기조를 선택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이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대한 수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중간 외교빅딜’ 구도에 조급한 일본과 달리 중국 방문을 앞둔 트럼프 측의 온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반발없이 어떻게 이 구상을 실현할 수 있냐는 질문에 “시 주석과 나는 관계가 좋다. 그를 친구로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은 불공정했다”고 말을 돌렸다.
일본이 우려한 무역문제는 예상대로 최악으로 내몰렸다.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압박을 피하려면 다자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동력을 지켜내는 게 필요하지만 트럼프가 “(그것은)올바른 사고방식이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TPP를 진전시켜 통상규칙을 구축하면 추후 미국의 양자간 개방압력을 피하는데 용이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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