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시상식
류현진-김광현 그늘에 가린 양현종
프로야구 첫 통합 MVP 올라
데뷔 10년 만에 1인자로 우뚝
“탈삼진왕-KIA서 영구결번이 꿈”
KIA의 에이스 양현종(29)이 한국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시리즈에 이어 정규시즌 최고의 별로 등극하며 사상 첫 통합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양현종은 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털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이날 공개한 취재기자단 투표 결과, 856점 만점에 656점을 받아 294점에 그친 홈런왕 최정(SK)과 208점을 획득한 팀 동료 20승 투수 헥터 노에시(30ㆍ도미니카 공화국)를 제치고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동안 31차례 등판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내며 팀을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려놨다. 토종 투수가 선발 20승을 달성한 것은 1995년 이상훈(LG)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10이닝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MVP에 올랐다. 단일 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를 쓸어 담은 건 출범 36년째 KBO리그에서 양현종이 최초다. 양현종은 통합 MVP로 자동차 2대도 손에 넣었다.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MVP 부상은 모두 3,910만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고급 세단 스팅어다.
2007년 2차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데뷔 10년 만에 1인자로 우뚝 섰다. 입단 첫 해에는 고작 1승을 거둬 신인왕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신인왕은 20홀드를 올린 두산 불펜 투수 임태훈이 차지했다. 2009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2승)를 거두며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지만 양현종은 당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 투수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의 그늘에 가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있었다.
2014년 16승, 2015년 평균자책점 1위(2.44)에 오르며 마침내 리그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오른 양현종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이닝 돌파, 올해 20승 그리고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되며 ‘양현종 천하’를 알렸다. 그가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남몰래 흘린 땀방울이 있었다.
양현종은 수상 직후 “그 누구보다도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원정경기를 갔을 때 숙소 호텔 옥상에서 밸런스를 잡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선수들이 몰래 외출해서 놀 때도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며 참고 노력했는데, 그 대가가 나온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승수를 많이 따냈을 때는 평균자책점이 부족했고, 평균자책점이 좋을 때는 이닝이 부족했기 때문에 항상 부족한 선수라 생각했다”면서 “올해도 MVP를 받았지만 평균자책점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최고에 오른 순간에도 자신을 채찍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탈삼진왕에 미련을 못 버려 은퇴 전까지 해보고 싶고, (KIA에서) 영구결번이 큰 꿈이고 목표”라며 “아직 구단과 내년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은 없지만 이 자리에서 다음 시즌에도 KIA에 남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을 단장님 및 프런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KIA 잔류 의사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ㆍ넥센)는 예상대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정후는 535점 만점에 503점을 얻어 2위 롯데 김원중(141점)을 가볍게 따돌렸다. 1위 표 107표 중 98표를 얻는 압도적인 격차였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받지 못한 신인왕을 차지해 기쁨이 더했다.
그는 “아버지가 받지 못한 것을 받아 뿌듯하다”면서 “신인왕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해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작년 이 시기쯤 팀에 합류해서 마무리캠프를 갔을 때 좌절했기 때문에 지난 겨울 독한 마음을 갖고 해서 좋은 효과를 봤다”며 “내년에는 힘과 외야 수비를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인왕을 수상할 때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을 봤던 이정후는 “아빠보다 엄마와 추억이 많아 마음이 더 간다”며 “뒷바라지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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