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존재감 발언 따라
동북아 주도권 다툼서 유리
전문가 “미중 간 균형 외교 중요”
틸러슨, 3월 일본보다 낮게 표현
외교라인 코리아패싱 논란 불거져
한중일 3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얼마나 비중 있는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방위로 공세를 펴는 일본,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전을 펼칠 중국에 맞서 트럼프의 입을 통해 우리의 존재감이 대등하게 부각돼야 향후 동북아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6일 “트럼프에게 일본은 최상의 동맹, 중국은 만만치 않는 적수이자 파트너”라며 “한국이 어떻게 각인될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온갖 수사를 동원해 공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더라도 물밑에서는 외교와 안보, 경제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는 양상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결국 성패는 트럼프가 한국에 얼마나 가중치를 두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한중일 순방은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에서 동맹의 힘을 과시하고, 한국에 들러 대북 압박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뒤 중국과 담판을 통해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시나리오다. 이후 북한의 반응수위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칠 수도,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과거 미 정부 주요인사의 한중일 연쇄 방문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올 3월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한국을 그보다 격이 낮은 ‘중요한 파트너’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심지어 중국으로 건너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가 하면, 중국 측이 한국을 쏙 뺀 북미중 3자회담을 거론해도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아 우리 외교라인이 뭇매를 맞았다. 틸러슨 장관의 동북아 방문 이후 불거진 코리아패싱 논란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틸러슨의 미숙한 표현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징검다리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일본에서 집단자위권에 힘을 실어주고 한국을 찾아 한일관계 개선을 당부한 이후 정부가 떠밀리듯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은 미국과 지역 정세에 대한 전략적 이해까지 같지만, 우리는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라며 “우리는 동급이라고 해줘야 직성이 풀리지만,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일동맹”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전략적 이해관계를 표명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미일동맹에 비춰 한미동맹을 저울질하는 것보다 미중간 경쟁구도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상대하려면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국도 한중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미국도 한미동맹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외교의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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