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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모리스 르블랑 (11.6)

입력
2017.11.06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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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뤼팽의 아버지 모리스 르블랑이 1941년 오늘 별세했다.
괴도 뤼팽의 아버지 모리스 르블랑이 1941년 오늘 별세했다.

셜록 홈즈의 팬을 ‘셜로키언(Sherlockian)’이라 하듯 뤼팽의 팬은 ‘뤼패니앵(Lupinien)’이라 불린다. 두 그룹은 실제로는 대체로 포개질지 모르지만, 골수 팬들은 두 작가의 모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앙숙으로 지낸 긴 세월의 앙금을 떠올리게 할 만큼 누가 우월하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괴도 뤼팽’으로 불리는 아르센 뤼팽(Arsene Lupin)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1864. 11. 11~1941. 11. 6)이 1905년 7월 5일 월간지 ‘주 세 투 Je Sais Tout’에 발표한 단편 ‘아르센 뤼팽 체포 되다’로 데뷔한 거물 도둑이다. 르블랑은 유작인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까지 장편 16편과 37편의 중ㆍ단편, 4편의 희곡을 잇달아 발표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여러 작품에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 뤼팽은 1874년 태어났다. 체조ㆍ펜싱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각종 격투기를 익혔고, 아버지가 숨진 뒤 어머니와 함께 모계 친척이던 한 백작가에 얹혀 살며 성장했다고 한다. 신출귀몰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그의 이력도 신비롭기 짝이 없다. 보석과 예술품 감식안은 당연히 일류이고, 마술과 변장술에도 능하다. 특히 변장은 물리적 분장을 넘어 각종 약제와 파라핀 주사까지 동원해 얼굴까지 바꿔버릴 정도였다.

그의 매력은 예술적 경지인 범행 능력보다, 홈즈는 지니지 못한 인간적인 면모에서 배어 나왔다. 그는 주로 부정 축재한 졸부나 거드름 피우는 권력자를 털었다. 그가 훔친 것은 보석ㆍ보물이었지만 피해자들의 야비한 면모를 폭로함으로써 그들의 거짓 명예를 함께 훔쳤고, 더불어 부정한 권력과 부를 조롱했다. 6살 무렵, 어머니를 종처럼 부리며 수모를 안기던 백작가의 보물(마리 앙트와네트의 목걸이)을 훔친 게 그가 직접 밝힌 데뷔작이었다. 그는 홈즈 만큼 이성적이면서도 홈즈보다 유머러스했다. 다채로운 연애 이력에서도 엿보이듯, 홈즈와 달리 신사의 법도 따위는 아랑곳 않고 자유분방했고 취향도 훨씬 서민적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옥에 갇힌 뤼팽을 탈옥시켜 더 활약하게 하라는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이어 쓴 작품들로 르블랑은 추리문학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범죄자를 탄생시켰다. 사실 그는 플로베르와 모파상을 자신의 문학 전범으로 여긴 이른바 순문학파였고, 1911년 노벨문학상을 탄 매제 모리스 마테를링크(1862~1949)를 은근히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는 이듬해인 1912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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