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사퇴 경영공백 막아
금감원, 시중은행 채용비리 점검
추천제 등 보고 항목 리스트 배포
채용 비리 논란으로 사퇴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업무를 손태승(58ㆍ사진) 글로벌 부문 그룹장이 대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14개 시중은행의 채용추천제도도 점검하기로 했다. 내부 추천이나 외부 청탁 등을 받은 뒤 특정인을 부정 입사시킨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금융권은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채용비리 근절을 내세운 금융당국의 점검까지 본격화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비공식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은행장 일상업무 위양’ 안건을 처리했다. 스스로 물러난 이 행장을 대신해 차기 행장이 선정될 때까지 은행장 업무를 손 그룹장이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행장 사퇴에 따른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14개 시중은행에 채용비리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채용추천제도 등 보고해야 할 항목을 담은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현재 7개 금융 공공기관과 5개 금융 유관단체를 상대로 한 정부의 채용비리 조사와 별개로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자체 감찰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자체 감찰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위법 행위 적발 시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은행들에 집중 점검을 요구한 1순위는 채용추천제 현황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임원은 “과거 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점검했더니 내부 직원의 추천을 받아 합격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며 “당시엔 청탁과 추천을 가르는 기준이 따로 없어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엔 은행들의 추천제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내부추천제를 내규에 명시한 뒤 관련 절차에 따라 채용하는 외국계 은행과 달리 내부추천제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 아래 내부추천제를 운영하고 있어 추천을 받아도 준법지원부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채용되지 못하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운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검찰과 경찰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합세한 무차별 사정에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3일에는 KB국민은행이 회장 연임 찬반 설문에 대한 노조의 고소와 관련,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추가로 다른 은행에서도 채용비리가 드러나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 행장처럼 물러나는 최고경영자가 여러 명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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