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교육 담당자에 당해”
피해자 올해 초 경찰 고소 때
인사팀장 찾아와 해고 언급 압박
성적 행동까지 드러나 징계 해고
교육담당자 “합의 성관계” 주장
피해자 측 재수사 요청 시사
한샘 “진상조사 통해 엄정 문책”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직원 성폭행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성폭행, 화장실 몰카 등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처리 과정에 조직적인 회유와 압력이 있었다는 피해자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여성친화기업’을 표방해 온 한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최고경영자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매 운동과 책임자 처벌 인터넷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5일 한샘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샘에 입사한 A씨는 올해 1월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서울 방배경찰서에 교육 담당자 B씨를 신고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한샘도 자체 조사를 벌였으며, 1월 24일과 2월 3일 두 차례 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B씨는 정직 3개월 후 타 부서로 전출됐고, A씨는 중간에 고소를 취하하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감봉 조치 됐다.
이 과정에서 한샘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및 축소하고 피해자를 회유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경찰 고소 당시 인사팀장이 A씨를 찾아와 “당신이 정말 B를 싫어했으면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 “이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경찰 수사로 귀찮아져 남녀 모두 해고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도록 설득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 고객이 여성이고 여직원이 38%에 달해 여성복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평소 홍보했던 한샘의 여성친화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에 대한 배려나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허위 진술을 요구했던 해당 인사팀장은 이후 A씨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 해고된 상태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이에 대해 4일 “회사는 사건을 은폐 축소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사 담당자가 사내 성폭력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A씨 변호인인 김상균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팀 직원이 ‘해고’를 운운하며 합의를 종용하는데 버틸 수 있는 수습 직원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해당 인사팀장은 “수습 기간이니 수습 해지를 시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능력이 부족해서 해고한 거라고 하면 된다”고 A씨를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성폭행 사건의 진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A씨에게 실제로 호감이 있었고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변호인을 통해 “회사 측 회유에 합의서를 작성했고 그 때문에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일 뿐, 성폭행이 맞다”고 맞섰다. 아울러 “6일 검찰에 당시 수사기록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재수사 요청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사건 전에 자신의 화장실 몰카를 찍었다고 A씨가 밝힌 남성 동료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한샘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4일 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 대표로서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진상이 파악되는 대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직원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철저히 보호받으며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확실히 작동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같은 날 이영식 사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필요하면 검찰, 고용노동부 등 공적 기관 조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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