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맹 기여도 보일 기회”
북핵ㆍ미사일 구체적 해법 논의
핵잠수함 도입 급물살 탈 수도
한미FTA 개정ㆍ통상 문제는 복병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는 7일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최대 화두는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다. 하지만 앞선 6월과 9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보다 구체화된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 정상 간 논의 수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방위금 분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청구서’도 관심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줄기차게 압박해 온 통상 문제도 주요 의제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찾기로 한만큼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분담금 인상 요구를 해 온 만큼 방한을 계기로 분담금 문제를 어느 정도 매듭지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이 분담금 문제를 털고 갈 기회라고 본다. 미 육군의 해외 기지로는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를 만들면서 우리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건설 비용으로 9조원을 대는 등 상당한 부담을 졌기 때문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3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와 맞물려 한미FTA 개정 협상을 포함한 통상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부터 “한미FTA 재협상이 시작됐다”고 일방적으로 밝히는 등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FTA 협정 파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예상 밖의 돌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원칙적 대응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해 호혜성 원칙이 잘 지켜져 왔다는 점을 부각하는 수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관리해 왔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두 정상간에 의견 교환이 있었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의 주요 전략자산 보강 차원에서 논의의 진전이 있을지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를 통해 한ㆍ미 미사일 지침 폐기를 이끌어낸 바 있다.
북핵 문제는 두 정상이 ‘최대한의 제재ㆍ압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선 정상회담에서 ‘북핵 동결 후 완전 폐기’로 이어지는 ‘2단계 접근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렇다 할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미 측은 ‘대북 군사적 옵션’ 논의가 이번 정상회담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전히 제재ㆍ압박 차원의 접근법에 강조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7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한다. 관심을 모았던 장녀 이방카 대통령 보좌관의 방한은 불발했다. 이방카 보좌관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안관 선임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첫날 평택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한 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단독ㆍ확대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후 청와대 경내를 함께 둘러보며 산책을 한 뒤 상춘재에서 별도 환담키로 한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와 합류해 친교 시간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어지는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두 정상이 각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다. 처음으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도 나선다. 첫 날 일정은 퓨전 전통음악 공연 등으로 꾸며질 국빈 만찬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방한 이튿날인 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이후 국립현충원을 찾아 헌화ㆍ분향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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