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자금성 내 건륭제가 쓰던 서재에서 차를 마시는 일정을 마련했다. 골프와 ‘뎃판야키(철판구이)’ 만찬 등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요란한 일본 일정과 대비되면서 중국이 ‘마음을 진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중화망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고궁박물원은 중요 행사로 인한 필요를 이유로 내달 8일 하루 휴관할 예정이다. 일본ㆍ한국에 이어 내달 8~10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첫 날 비공식 일정으로 자금성을 참관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고궁박물원 측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대비해 자료준비와 안전검사 등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홍콩 명보는 중국 정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 경내를 함께 산책한 뒤 남서쪽에 위치한 삼희당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일정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삼희당은 60년간 재위하면서 청나라 전성기를 이끈 건륭제가 차를 마시며 독서실로 쓰던 곳이다. 중국은 산책과 차담을 통해 두 대국 정상 간 우의의 분위기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고 명보는 분석했다. 그간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은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을 들렀다.
중국의 차 응대에는 정치적 복선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중 정상회담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진행해 윈윈하는 방안을 찾자는 메시지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ㆍ일본 방문길에 강경한 태도로 대북 공조와 동맹 강화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에서도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를 고리로 시 주석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건륭제는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청나라의 최전성기를 구가했고, 후계자 지명 없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앞세운 황제로, 2050년 세계 최강국 등극을 천명한 시 주석에겐 ‘붉은 건륭제’란 별칭이 붙기도 한다. 일각에서 건륭제 서재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건 굴기(堀起: 우뚝 섬)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함이란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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