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25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불법으로 모금하고, 이중 일부를 새누리당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탄기국 대변인 정광용(59)씨,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간부 정모(51)씨, 신모(56)씨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또 다른 박사모 간부 민모(56)씨와 새누리당 회계책임자 최모(37)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광용씨와 박사모 간부 둘은 태극기 집회가 본격적으로 열렸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개월간 25억 5,000만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기부금품법상 모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행정자치부장관에게 기부금 모금 등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올해 2월 알게 된 이후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기부금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탄기국으로 들어온 돈은 총 63억원 4,000만원인데, 37억 9,000만원은 탄기국 회원인 박사모 계좌 4개를 통해 들어와 제외됐다. 소속 회원에게 받은 돈은 기부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모은 기부금은 새누리당 창당을 위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광용씨 주도로 박사모 간부들은 ▦대선 기탁금(3억원) ▦창당대회 비용 ▦선거문자 발송비용 ▦입당원서 제작비용 등으로 6억 6,000만 상당을 새누리당에 사용했다. 이는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하지만, 국내ㆍ외 법인이나 단체 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 탄기국은 ‘국내 단체’이기 때문에 이들 돈이 새누리당에 기부된 건 명백히 불법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정 대변인은 탄기국 돈을 새누리당 정치자금으로 불법 기부한 뒤 정광택 새누리당 대표와 허위 차용증 16매를 작성해 차용관계로 위장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차용증은 새누리당 창당(올해 4월 5일) 전에 작성된 게 아니라, 탄기국 불법 기부금 6억 6,000만원을 새누리당 창당 작업에 이미 사용 뒤인 4월 18일에 급하게 작성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으로 문제가 될 거 같으니 부랴부랴 돈을 빌려주고 받은 것처럼 차용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새누리당 회계책임자 최씨와 함께 태극기 집회에 인쇄물 등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약 1억 8,000만원 수익을 올린 업체 대표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 대변인과 최씨는 해당 1,000만원을 특별 당비를 받은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했지만, 해당 업체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당원 가입을 꺼려했는데도 억지로 가입시켜 돈을 받아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정광택 새누리당 대표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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