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 여부를 두고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절연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두고 1시간 20분 간 토론을 벌인 끝에 이같이 결론을 냈다고 강효상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홍 대표는 회의에서 “당헌ㆍ당규에 따라 오늘 중 숙고해서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시한인 1일 자정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자동 제명 처분된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김태흠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표결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앞서 김 최고위원은 개인 성명을 발표해 “표결로 의결하지 않을 경우 절차상의 결격으로 결과의 정당성도 부정되고 심각한 당내 갈등과 법적 분쟁만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 역시 “최고위를 바이패스한다면 이런 최고위는 해체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당헌ㆍ당규상 박 전 대통령의 제명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게 홍 대표 측의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을 제명 처분한 근거는 당규 21조 3항(‘탈당권유의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다. 시한인 1일 자정까지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지 않았으므로 이미 제명 처리 됐다는 것이다.
반면 친박계는 탈당 권유 징계 거부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아닌 별도의 제명 징계 조항을 들어 무효 주장을 펴고 있다.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윤리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을 들어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당규 21조 2항이다. 당내에서는 친박계가 몽니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는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분쟁 사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 당에서 한쪽에선 제명됐다, 다른 한쪽에선 무효다를 주장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표결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시한이 지나면 의결 없이 바로 처분을 하도록 돼있고 이것은 대표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또 “당규 상 이미 이의 제출 시한이 지나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하게 돼있다”며 “처분의 주체는 대표”라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은 제명 상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대변인은 또 “일부 최고위원들이 시기적으로 좀더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출당 자체에 반대하는 위원은 없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홍 대표가 공식 제명 선언을 하게 되면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20년 당적을 정리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4년 ‘차떼기당’의 위기를 ‘천막당사’로 극복하고, 2012년에는 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가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 당적을 버린 건 2002년 10개월 여뿐이다. 재선 의원이던 2002년 당권ㆍ대권 분리 주장 등이 수용되지 않자, 당시 이회창 총재를 제왕적이라고 비판하며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대선 한달 전 복당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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