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주회사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폐단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총 193개로, 지난해 9월(162개)에 비해 31개나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했다. 지주회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재벌)은 총 30곳으로, 1년 전(13곳)보다 17곳이나 늘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으로 한정하면 지난해(13개)보다 3개 늘어난 16곳으로 집계됐다.
지주회사로 지정되면 부채가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고 계열사가 아닌 국내 회사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에도 전횡을 휘두르는 폐단을 막을 수 있어, 그 동안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독려해 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된 기업은 소유구조 및 출자구조에서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혜택을 줬고, 이 같은 혜택을 노린 대기업들은 잇달아 지주회사 체제를 택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과실만 취한 뒤 편법을 동원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835개 계열사 중 612곳(73.3%)은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었지만, 나머지 223곳(26.7%)은 총수일가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지주회사 편입률은 지난해(74.4%)보다 더 감소한 것이다. 큰 틀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면서도 알짜회사는 지주회사 밖으로 빼 내 총수일가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공정위는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예를 들며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자기 주식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분할은 이같은 ‘자사주의 마법’이 통한 대표적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4개회사로 분할됐는데, 이 과정에서 원회사 자사주(13.37%)를 이용한 신주 배정이 이뤄지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10.2%에서 25.8%로 오히려 더 커졌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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