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 이노베이션 센터 설립”
AI 등 세계 최고 벤처들과 협업
인수합병보다 협력강화에 초점
시스코와도 협업 협의서 체결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전세계 업체들과 협업을 잇달아 성사시키고 있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은 이질적 업종 간 협업을 통해서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사 인텔이 이스라엘의 화상 인식업체 모빌아이를 인수한 것도,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차 부품 스타트업 스트로브를,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자율주행 트럭 업체 오토를 손에 넣은 것도 같은 판단에서다.
2일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내년 초 이스라엘 현지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는 인공지능(AI)과 사이버보안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7,000여 개나 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미래 유력 기술 스타트업을 선정,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혁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이스라엘 혁신 기업들과의 협업과 연구개발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 한국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구성한 ‘HTK 글로벌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연구, 스타트업 모니터링, 컨설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 스마트 차를 선보이는 마켓 쉐이퍼(Market Shaperㆍ시장창조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합병보다는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와 미래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지난해 11월 ‘전략적 협업 협의서’를 체결했고, 지난 6월‘CES 아시아 2017’에서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이두와 함께 커넥티드카 기술 협업을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간 협업은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미래차 양산에서 외국 경쟁업체에 조금씩 뒤처지는 모양새다. 미국 기술평가 기업인 네비건트 리서치 조사에서 자율차 개발 선두업체는 포드, GM, 다임러, 르노 닛산 등이며 현대차는 선두를 추격하는 경쟁그룹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미래차 분야를 선도할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배터리와 반도체, 네트워크, AI 등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경쟁 업체들은 각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적 도움을 받아 자국 내 관련 산업간 활발한 협조를 통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을 표준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반면 국내에선 자사의 노하우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 협력보다는 해당 기업별로 독자 전략을 수립한 후 타 영역의 기술은 글로벌 업체들을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수입하다 보니 미래차 개발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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