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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배력 강화하고 돈줄 악용 ‘공익재단ㆍ지주회사’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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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배력 강화하고 돈줄 악용 ‘공익재단ㆍ지주회사’ 정조준

입력
2017.11.03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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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익재단 수익재산 규모

운영 형태와 사업 등 살펴 보겠다”

내년 상반기 마무리 예정

제재보다 실태 파악에 초점

지주회사 수익구조 조사 위해

대기업 브랜드 수수료도 점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의 전문경영인과 만나 대기업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수익구조를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이 두 분야가 재벌 총수 일가의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공익재단과 지주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돈줄, 부당이득 수취 등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공익재단은 사회 일반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주로 학자금 장학금 연구비 등을 지원하거나 자선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정부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계열사 지분 5%(성실공익법인 10%)까진 상속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공익재단을 설립한 뒤 계열사 주식을 출자(기부)하는 방식으로 상속ㆍ증여세를 줄이거나 이를 우호지분으로 삼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3,060억원ㆍ1.05%)를 매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단의 이사장이란 점에서 사실상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이 더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단 관계자는 “장기적인 투자 수익 확보 차원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공익재단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한 것은 지배권 승계를 위한 또 다른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5년 9월 금호산업(지분 50%+1주)을 7,228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 일부를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에서 부담한 것도 논란이 됐다.

더구나 공익재단은 이름에 걸맞은 역할엔 소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재단 10곳의 2014~2016년 ‘공익사업비’ 지출은 전체 수입의 50%도 안 됐다. 공익재단 63곳의 2013~2015년 보유 계열사 지분 변동 내역 중 주식수가 감소한 경우도 3건에 불과했다. 주식을 매각한 사례가 거의 없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이유는 해당 지분이 공익사업 목적보다 그룹에 대한 지배권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수단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조사는 내년 상반기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의 수익재산 규모, 운영형태, 수입, 그리고 수입으로 어떤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 보겠다”며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진단하고 합리적 대책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당장 현행 공정거래법 조항으로 공익재단의 위법 행위를 제재하긴 어려운 만큼 우선 실태를 파악한 후 규제의 ‘흠결’을 보완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이날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주된 수입이어야 하지만, 브랜드 수수료나 컨설팅 수수료, 건물 임대료 수입 등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수수료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받는 금액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 받은 ‘대기업 집단 브랜드 수수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계열사로부터 받은 연간 브랜드 수수료 규모가 2,000억~3,000억원인 대기업 집단은 2곳(LG, SK)이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순수 지주회사의 경우, 배당으로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상표 사용권 등 갖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고 그 현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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