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 담당 대외업무 수행
총수 대행 역할은 아닌 듯
삼성전자가 2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총수 부재 상황에서 삼성을 대표할 새로운 ‘얼굴’이 정해졌다. 소비자가전(CE) 부문장에서 물러난 뒤 이날 CR(Corporate Relations) 담당으로 승진 발령된 윤부근 부회장이다. 대외 업무를 별도로 분리해 사업 부문장과 이사회는 외풍에 휩쓸리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윤 부회장이 CR담당으로 외부와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에서는 올해 2월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전까지 박상진 전 사장이 대외협력을 담당했다. 박 전 사장은 대통령 해외순방 등 중요한 행사에 삼성 대표로 참석했고, 대한승마협회장을 지내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
이 어려운 자리에 삼성전자 최고 선임자인 권오현 회장이나 신종균 부회장이 아닌 윤 부회장이 CR담당으로 선택된 데는 그의 외향적인 성향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답지 않게 언론 등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로 통했다.
앞으로 윤 부회장이 웬만한 대외 행사와 시민단체 등을 도맡아주면 사업 부문장들은 바깥일 걱정 없이 본연의 업무에만 열중할 수 있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숙원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복심으로 알려진 이상훈 차기 이사회 의장과 이번에 복귀한 최측근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은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외 행사의 성격에 따라 삼성의 대표자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그룹 간담회에 이상훈 전 사장이 참석한 것처럼 사업 부문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좀 더 전문적인 자리일 경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R 담당의 역할과 업무 범위에 대해선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수행한 총수 대행 역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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