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2일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과 이사 해임 건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고 이사장은 이사장 자격을 잃은 것은 물론 추후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사에서 해임될 수도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6일쯤 김장겸 사장의 해임결의안도 처리할 예정이어서 MBC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고 이사장이 불참하고 야당 성향 이사들이 퇴장하는 등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불신임안과 이사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이유는 무엇보다 MBC의 위상 추락과 관련이 있다. 최근 MBC가 공정성, 신뢰성, 영향력 등에서 형편없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 이사장이 국감에서 “MBC가 정상적인 국민으로부터는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드물다. MBC 추락의 실무 책임이야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에 있겠으나 근본 책임은 경영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방문진에 있다. 그런 만큼 고 이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어찌 보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이해가 부족하고 공익과 공정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안검사 출신의 극우인사를 이사장으로 앉힌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가 여당 성향과 야당 성향으로 갈려 있는 방문진 이사회를 적절히 조정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 확대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해임안 통과 후 무효소송을 내겠다고 한 것은 최소한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MBC의 추락에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부질없는 법적 다툼으로 또 다른 분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사회에는 김장겸 사장 해임결의안도 제출돼 있다. 이사회에는 여당 성향 이사가 다수이기 때문에 해임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김 사장 해임은 MBC 주주총회에서 확정되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 사장 역시 해임안이 의결되면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낼 것이라 한다.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하다.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 등으로 재직할 때의 편파 보도와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시대가 바뀐 것을 인정하고 MBC가 새로이 출발할 수 있도록 깨끗이 물러나 마땅하다.
MBC가 정상화의 조짐을 보이는 만큼 또 다른 공영방송인 KBS도 정상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MBC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이사회 구성과 경영진의 변화가 시급하다. 이미 장기간에 걸친 공영방송의 파행이 더 이상 길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