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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영주 풍기인삼축제… 인삼엑스포 ‘적신호’

입력
2017.11.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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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축제 역사 불구 외형만 성장

주최ㆍ주관 갈등에 진행미숙 여전

‘성기’ 코스프레 홍보물 망신살

인삼축제장에 특정 정당 부스 빈축

풍기인삼축제장 진입로 3면이 야시장에 둘러싸여 축제장을 가려면 야시장을 거쳐야 했다.
풍기인삼축제장 진입로 3면이 야시장에 둘러싸여 축제장을 가려면 야시장을 거쳐야 했다.

2021년 풍기세계인삼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영주시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영주풍기인삼축제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지만, 곳곳에서 미숙한 진행이 두드러져 세계적인 행사 진행능력에 의구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풍기인삼축제와 대한민국 산림문화박람회를 같은 시기에 열어 50만 명이 영주를 방문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고 밝혔다. 공개 채굴한 인삼만을 축제장에 유통시키고 홍삼가공품에 품질인증제를 실시하는 등 풍기인삼의 신뢰감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축제 역사가 20년이나 되지만 어설픈 행사진행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주최측인 영주시문화관광재단과 행사진행을 대행한 풍기인삼축제조직위원회 사이의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직위는 인삼의 우수성을 홍보한다면서 모터로 작동하는 남성 성기 모양의 인삼조형물을 설치해 전국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특정 정당에 축제와 상관도 없는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 부스 설치를 허용해 축제 의미를 퇴색시켰다.

계획에도 없고 함량 미달의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리는 바람에 겨우 수십명이 지켜보는 등 망신을 샀다. 리허설 시간을 주지 않아 “행사의 기본도 모르는 처사”라는 공연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축제장에 진입하는 3면 도로와 주차장은 야시장이 둘러 싸고 있어 인삼축제가 아니라 야시장을 위한 축제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야시장은 가로 3미터 세로 5미터 기준 부스가 120여 개에 달했다. 야시장에서는 위생을 장담할 수 없는 음식과 건강식품, 품질과 가격이 불분명한 생활용품이 팔렸다.

축제장 260개에 달하는 음식, 특산물 판매 부스도 인근 지역 축제의 경우 무료 또는 최소한의 경비만을 받지만 동당 90만원이나 받아 “부스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쟁이 치열해 심사를 통해 임대한다는 식당 8곳 중 3,4개 업소는 수년째 계속 장사를 하고 있어 “도대체 심사 기준이 뭐냐”는 불만을 샀다.

한 시민은 “풍기인삼축제의 차별성 부족이 큰 문제이고 상징적 콘텐츠가 없이 그저 인삼판매장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축제 전문가가 아닌 일부 사람들의 이기적 운영으로 축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라는 비판도 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축제를 몇 명의 위원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매년 즉흥적 반복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인삼엑스포는 15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영주시로서는 초대형 프로젝트인데 이런 식의 축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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