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부지 수용 과정 법적 다툼
1심은 “절차 위반” 삼표산업 승소
고법 “공익 가치” 정부 손 들어줘
송파구 등 보상절차 준비 착수
“발굴 개시까지 2~3년 걸릴 듯”
서울 풍납토성 복원사업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과는 달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법 제1행정부(허용석 부장판사)는 2일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풍납토성은 1925년 대홍수로 중요 유물이 다수 출토되면서 학계에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1997년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다량의 백제 토기,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발견됐으며, 성벽(너비 43m, 높이 11m)도 확인돼 한성도읍기(기원전 18면~475년) 백제 왕성으로 공인됐다.
서울시와 송파구,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풍납토성 복원을 위해 지하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문화재 발굴 및 복원을 위해 삼표산업 풍납레미콘공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삼표산업이 이를 거부하자 공장부지 강제수용 절차를 진행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2월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삼표산업은 국토부를 상대로 사업인정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해 “사업의 목적과 공간적ㆍ지리적 범위 등이 확정된 게 없고, 문화재 보호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공장부지가 사업 대상지임을 전제로 공장 이전을 염두에 두고 10여년 간 협의취득 절차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장부지가 수용됨으로써 발생하는 사익 침해 정도가 문화재 등의 가치 보호라는 공익에 비춰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용 대상 부지에 풍납토성 성벽 등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성벽 등이 대상 부지를 관통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형태 등에 비춰 성벽 등 시설에 매우 근접한 위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풍납토성 복원 주체기관 중 한 곳인 서울 송파구는 이날 판결에 따라 사실상 보상절차 준비에 들어갔다. 구청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2심 판결과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 1년 이내에 소유권 이전을 완료하고 토지수용 보상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굴사업이 곧바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표 측이 향후 영업보상 등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영업보상 등을 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와 재결소송 등 모든 절차가 완료돼야 발굴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발굴작업 개시까지는 앞으로도 2~3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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