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행사서
“국내 지도자 육성을” 강조
“축구선수 차범근이라는 이름으로 (본인) 소개하기가 민망하다. 한국 축구의 현실 앞에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차범근(64)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 냈다. 그가 위기의 한국축구를 위해 내놓은 해법은 내실 있는 국내 지도자 양성이다. 차 전 감독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인 코리아’ 공식 기자회견에 레전드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세계 각국을 돌며 레전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분데스리가는 2~4일 한국에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차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독일축구가 겪었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2000년 벨기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조별 예선에서 1무 2패로 탈락하는 굴욕을 맛본 후 유소년센터를 만들고 교육시스템을 강화했다. 차 전 감독은 “이후 20년이 채 안 된 지금 독일은 월드컵 우승국 위상은 물론이고 각종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들과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축구 리더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전 감독은 그러면서 한국축구가 내실 있는 지도자들을 더 키워야 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히딩크를 그리워하고, 외국인 지도자가 와야 한다고만 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그가 예를 든 이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독일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요아힘 뢰브(57) 감독이다.
차 전 감독은 “프랑크푸르트 시절 팀 동료였던 요기(뢰브의 별칭)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도, 슈퍼스타 출신도 아니지만 축구를 진지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지도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축구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한국 지도자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세계 축구의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두리(37) 국가대표 코치, 김대의(43) 수원FC 감독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인 ‘마이스터 샬레’도 공개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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