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전에 (미국은) 적어도 한번은 김정은을 직접 만나 현재의 방향을 고수할 경우 파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북한의 헛된 기대를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좌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내부자가 바라본 북한 정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솔직히 말하면 김정은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힘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 축소와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한국에 들어와있는 외국 투자도 빠져나갈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철수 후 베트남 내 국내외 투자가 다 빠져나갔던 선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을 꺾기 위해선 북핵불용 방침을 확실히 얘기하면서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강화해야 한다고 태 전 공사는 주문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김정은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수만 대의 대포와 단거리 미사일이 한국의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것"이라며 미국의 선제타격이 큰 희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장교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사령관의 추가 지시 없이도 (발사)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받는다”면서 “우리는 휴전선으로부터 70∼80㎞ 안에 수천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정권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자본주의 형 시장경제 확산, 한국 영화ㆍ드라마 유입 등을 들어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이러한 변화들을 볼 때 북한에서도 그러한 반란이 일어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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