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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출신 부시장에 방 내주고 지하로 내려가는 한국당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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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출신 부시장에 방 내주고 지하로 내려가는 한국당 시장

입력
2017.11.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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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 지하1층 시민소통방 옆으로

집기류 등도 재활용 비용 절감

고교 무상교복 등 정치색도 초월

“시민 위한 정책에 당파란 없다”

경기 용인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드물게 청사 지하공간(노란 점선)에 시장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드물게 청사 지하공간(노란 점선)에 시장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용인시 제공

“더욱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을 섬기겠습니다.”

정찬민 경기 용인시장이 시장실을 청사 지하1층에 새로 조성되는 ‘시민홀’로 옮기기로 했다. 이른바 ‘열린 시장실’을 표방한 것이다.

공공기관 단체장의 사무실이 1층에 조성된 곳이 있긴 하지만, 지하1층으로 이전하는 것은 파격에 가까운 결정이다. 2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장실 이전은 이번 주까지 마무리되며 정 시장은 6일부터 70㎡ 면적의 이곳에서 집무를 본다.

정 시장이 기존에 쓰던 전망 좋던 14층 시장실(74㎡)은 새로 임용될 김재일 제2부시장이 물려받는다. 김 부시장 예정자는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 시장과 정치적 대립 관계라 볼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그는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 부대변인을 지냈고 2004년과 2008년 총선 때도 당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후보로 성남과 용인에서 도전했다.

정 시장은 이런 정치적 배경보다 김 부시장의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더 높이 샀다. 정당을 초월한 통합적 행보를 보인 셈이다. 제2부시장의 집무실 결정도 정 시장이 직접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제2부시장은 도시계획, 주택, 건설, 재난업무 등을 총괄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지하에 집무실을 설치하겠다는 실무 부서의 보고를 받고는 자신의 방을 내주기로 했다. 집기류 등도 새로 구입하지 않고 기존 것을 재활용,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부시장은 업무 특성상 실무부서와 자주 협의를 해야 하는데 너무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판단한 조치”라고 귀뜸했다.

정 시장의 집무실이 설치될 시민홀은 지난해 9월 경기도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받아 청사 내 문화예술원 방면 지하 1층에 810㎡ 규모로 지었다. 시민홀에는 시민소통담당관실, 시민사랑방, 시민시장실, 시민대화방, 시민역사교육관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시민역사교육관은 정 시장이 시민단체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면서 함께 조성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이곳에 만들기로 했다.

정찬민 경기 용인시장이 지난 7월 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계획을 밝히고 있다. 용인시 제공
정찬민 경기 용인시장이 지난 7월 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계획을 밝히고 있다. 용인시 제공

정 시장의 정파를 초월한 행보는 지난 7월 고등학교 무상교복을 밀어붙일 때도 흔들림 없었다. ‘보편적 복지’보단 ‘선별적 복지’에 방점을 맞추고 있는 소속 정당의 색깔과 달리, 정 시장은 고교 무상교복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결단했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도 일일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한 끝에, 지난 17일 ‘만장일치’ 의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고교 무상급식도 받아들여 내년부터는 고교 3학년부터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고교 무상교복 정책을 먼저 내놓고도 사사건건 대립하며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성남시의 사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민과 더욱 소통할 것”이라며 “시민들을 위한 정책에 당파란 없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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