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풀로 사이포브는 누구?
우즈베키스탄에서 2010년 이주한 운전기사
지인들 우호적 평가 속 “속은 몰라”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미국 내에서 극단화” 추정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웨스트가(街) 자전거 도로를 트럭으로 폭주하며 8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 사이풀로 사이포브(29)가 미국 내에서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자생적 테러범일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사이포브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사이포브)는 정신이 썩은 겁쟁이다.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와 연결돼 있었고, 미국 내에서 극단화했다(radicalized domestically)”라고 설명했다. 뉴욕 지역언론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사이포브는 트럭 안에 IS를 찬양하는 노트와 IS 깃발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사이포브는 홀로 행동한 소위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사이포브는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플로리다주 탬파를 거쳐 최근 뉴저지주 패터슨에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트럭 운전을 했으며 모바일 차량 공유 업체 우버(Uber)의 운전기사로도 약 6개월간 일했다. 패터슨에서는 부인과 2명의 자녀를 대동하고 있었다는 이웃 증언도 나왔다. AP통신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이포브는 2013년 같은 타슈켄트 출신 6살 연하 노지마 오딜로바와 결혼했다.
사이포브의 지인들은 그를 좋은 인물로 기억했으며 그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신시내티의 지역언론 신시내티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이 곳에 거주하는 딜노자 아부사마토바는 “내 남편과 사이포브의 부친이 알고 지냈기에 사이포브는 우리 집에 잠시 머물렀다”라고 설명한 후 “그는 일만 하던 사람이었고 파티 같은 곳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사이포브를 만났다는 코빌존 마트카로프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내 자녀들도 그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항상 행복해 했고 뭐든 괜찮다고 했다. 속까지 다 알진 못했지만 테러리스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미국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사이포브처럼 운전기사인 마트카로프는 자신에게 운전기사 직업을 추천해 준 것이 사이포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이포브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2차례 단속을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돼 벌금을 문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외에는 이렇다 할 범죄 전력도 없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한 적도 있지만 거의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이포브가 비교적 최근 시점에 특정한 계기로 IS 등 무슬림 극단주의 집단의 주장을 접하고 이에 경도돼 자생적 테러범이 됐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016년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펄스 나이트클럽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경찰과 교전한 테러범 오마르 마틴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조직원임을 자처했지만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로는 IS의 사상에 영감을 얻었을 뿐 실제 접점은 없는 자생적 테러범이었다.
한편 사이포브의 국적이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드러난 가운데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위로를 표시하며 “우즈베키스탄은 테러 행위를 조사하는 데 모든 능력과 자원을 동원해 미국에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즈베키스탄은 IS와 연계된 테러조직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등 거대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활동에 시달리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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