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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자리 정책, 구체적 세부화가 문제

입력
2017.11.01 16: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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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 남짓 우리는 낙수효과를 기대한 경제정책과 거기서 파생된 일자리 정책을 지켜봐 왔다. 기업 지원 특히 대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완화를 해 주면 대기업이 성장을 하고 그 결과 신규 투자로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가 늘고, 또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서 하청기업으로 분배됨으로써 낙수효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가정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결과 매년 창출되는 30만개의 일자리 중 중소하청기업이나 아웃소싱 회사의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하겠는가. 이 말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현실을 집약했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향후 5년 일자리 로드맵은 청년, 여성, 중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을 개선 등의 다양한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 정부의 대기업 지원, 규제완화 일변도 정책, 공공부문의 시장화, 인위적 억제와 축소, 노동규제 완화 정책과 매우 다른 방향이어서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우선, 일자리 정책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한 게 눈에 띈다. 고령화, 도시화, 맞벌이 모델로의 전환에 따라 사회적으로 공공역할 강화가 요구되는 영역인 경찰, 소방, 방역과 안전, 보육, 의료서비스, 노인요양 등에서 공공적 서비스, 사회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다. 이는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공공서비스와 공공적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부문 고용 증가로 경험한 바이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남용되어 온 비정규직 사용관행을 개혁해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20.5만 개를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일자리의 질 개선 및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을 위해 공공부문이 앞장서는 의미를 갖는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작업이 공공부문에서 임금체계와 직급체계 등 노동시장 인프라를 튼튼히 하는 것으로 연결되면, 그 결과 민간부문의 상시지속 업무에 고용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도 적잖이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정책적 조합을 통해서 정책효과를 내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의 기반구축을 위해서 혁신적 인적자원개발, 혁신형 창업촉진,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 강화,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 등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결합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어떻게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할지에 대해서 좀 더 세부적인 정책들로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현장에서의 다양한 일터혁신, 현장혁신이 강화되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처우개선의 물적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체계적인 정책은 일자리 로드맵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셋째, 민간부문에서 비정규직의 남용방지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노동존중 정책 등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천대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노동정책이 노동자 친화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나치게 친기업 정책을 취한 것을 바로 잡고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행계획이 부실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흔히 말하듯 악마는 구체적인 디테일에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일자리 로드맵에 나와 있는 하나하나의 정책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방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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