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개정 협상서 압박 예고
“DMZ 상투적 방문은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8일 한국 방문 기간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통상 문제도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가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시 경제가 핵심적인 논의 분야”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양국 간 상호 이익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는 한편, 확대되고 균형 잡힌 무역을 육성하기로 이미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양국은 한미 양자 무역협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력을 포함해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육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한미 FTA 재개정 협상을 개시키로 한 상황에서 미국이 그간 불만을 제기해왔던 자동차ㆍ철강 업종 등에서 구체적인 통상 조건을 두고 상당한 압박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지속되는 한미 동맹과 우정을 축하하고,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데 국제사회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논란이 일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일정상의 이유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한 후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8일 국회 연설과 국립묘지 참배 후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이 관계자는 “(일정상) DMZ와 캠프 험프리스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군부대와 그들의 가족을 방문하고 동맹관계를 지지하는 한국의 역할을 조명하는 메시지 측면에서 (험프리스 방문이) 더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DMZ 방문의 상징성과 관련해 “지난 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갔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DMZ를 찾았다”라며 “솔직히 말해, 다소 상투적인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외교를 활용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외교가 시간 낭비라고 트윗을 한 게 아니다. 직접 대화가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며 “북한이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대화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세계 어떤 국가와도 실질적인 대화를 하겠다는 의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과도, 심지어 중국과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미 국무부가 물밑에서 북한과의 직접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날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유엔 북한대표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 초기 윤 대표의 역할은 북한 내 미국 억류자를 송환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그 권한이 그보다는 확대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윤 대표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는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직접 대화를 시간 낭비로 보고 있긴 하지만,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탐색하는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에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장녀 이방카의 한국행이 취소됐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방카는 방일 일정까지만 동행한 후 워싱턴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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