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30여년 전 미성년 남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주연한 미국 유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결국 제작을 중단했다.
넷플릭스와 정치극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하는 미디어라이츠그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다른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을 무기한 중단한다. 시간을 두고 상황을 재검토해 출연ㆍ제작진에 관한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넷플릭스는 언론 보도를 통해 다음 시즌인 여섯번째 시즌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스페이시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며 결국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
스페이시는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 출연 중인 배우 앤서니 랩(46)이 지난 29일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시가 내가 14세 때 나를 성추행했다”라고 밝히면서 파문에 휩싸여 있다. 스페이시는 이날 30년 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한다며 사과했다. 동시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 동성애자로 공개했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파문은 ‘하우스 오브 카드’만이 아니라 곳곳으로 번졌다. 스페이시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예술감독을 맡았던 영국 런던의 올드빅 극단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스페이시의 근무 기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익명 제보를 받기로 했다. 또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은 올해 예정돼 있던 스페이시의 특별상 수상을 취소했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스페이시가 권모술수 끝에 미국 대통령직에 오르는 프랭크 언더우드 역을 맡아 연기했으며 미국 정치의 비정하고 더러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시즌 5까지 공개돼 있으며 시즌 1은 온라인 전용 제작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