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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비전공자 발레도 수준급... 올해 페스티벌도 열려

입력
2017.11.01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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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용 와이즈발레단장.
김길용 와이즈발레단장.

“전공하는 사람들이 볼 때 일반 마니아분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해요. 한국에서 발레 전공하는 친구들 보면 어릴 때부터 너무 힘들게 해 와서 수업할 때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거든요. 그런데 취미 발레 하는 분들은 표정에서 행복함이 드러나니까 오히려 제가 배우게 되죠.”

비전공생으로 이뤄진 발레단 ‘스완스발레단’을 창단하고 취미 발레인들의 축제인 ‘발레 메이트 페스티벌’을 기획한 발레인이 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민간발레단인 와이즈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김길용(49) 단장이다. 27일 서울 마포구 와이즈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취미 발레인들의 열정에 감동받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되는 이들 덕분에 힘이 난다”며 “한국 발레계에서 소중한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전공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발레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던 원인 중 하나는 전공자들의 무대가 줄어든 것이다. 지방 대학교에서는 무용학과가 사라지는 등 전공 인구 자체가 감소했다. 이때 다시 발레의 인기를 높인 것이 취미 발레라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이제는 전공 인구보다 취미로 발레를 하는 사람이 더 많고, 발레 학원의 경우 50% 이상이 취미 발레 만 가르칠 정도로 상황이 역전했다.

비전공자로 이뤄진 스완스 발레단 공연 모습. 와이즈발레단 제공
비전공자로 이뤄진 스완스 발레단 공연 모습. 와이즈발레단 제공

공연예술인 발레는 궁극적으로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춰야 완성된다. “발레를 2, 3년 한 분들은 이런 욕구가 없는데 10년 넘게 취미로 해 온 분들은 공연에 대한 갈증이 있죠.” 지난해 와이즈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1막 파티 장면을 일반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낸 공고에 25명이 지원했다. 많아야 5명 정도가 지원할 거라 생각했던 예상을 깬 큰 관심이 스완스발레단 창단 계기가 됐다. 전공자 위주로 이뤄지는 무용 축제에서도 취미 발레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게 올해 처음 개최되는 ‘발레 메이트 페스티벌’이다. 비전공자들도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취미 발레 최초의 경연인 ‘그랑프리’가 열린다.

발레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을까? ‘땀 흘리는 종합예술’이라고 김 단장은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는 전체 근육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않아요. 그런데 발레를 하면 얼굴 근육까지 쓰는 전신 운동이거든요. 늙는다는 건 근육이 퇴화한다는 건데 발레는 쓰지 않던 근육까지 사용하니까 운동효과가 어마어마하죠. 또 발레는 운동이기 전에 예술이거든요. 아름다운 음악, 발레 작품이 가진 서정성까지 더해지니 정신적인 건강에까지 좋죠.”

김 단장은 앞으로 국내 취미 발레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 앞서 발전했다는 일본의 취미 발레 시장을 들여다보면, 70대 노인까지도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출 만큼 발레가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 “땀 흘리는 만큼 힘은 들지만 성취감도 커요. 발레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라도 한 번 도전해 본다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 같아요. 평생 취미로 삼게 될 거예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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