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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G-100] 1000분의 1인치까지... 평창의 얼음 장인들

입력
2017.11.01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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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빙상 종목마다 빙질 달라

배관ㆍ냉방 등 제반 관리에 온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마크 메서 자문 덕에 ‘최고 평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의 매끈한 트랙. 평창올림픽 조직위 제공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의 매끈한 트랙. 평창올림픽 조직위 제공

평창올림픽의 빙상 종목은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등이 있다.

피겨와 쇼트트랙은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펼쳐지고 스피드스케이팅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컬링은 강릉 컬링센터에서 각각 열린다. 종목마다 빙질도 크게 다르다. 각 종목별로 최상의 빙질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메이커’ 또는 ‘아이스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얼음장인’들이 숨은 과학을 동원한다.

마크 메서. 평창조직위 제공
마크 메서. 평창조직위 제공

이 중 얼음에 가장 민감한 건 ‘빙판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이다. 얼음을 브룸(브러쉬)으로 닦아내 스톤(돌)이 지나가는 길을 만드는 방식으로 메달을 다투는 컬링은 빙질에 따라 스톤의 방향과 속도, 거리, 휘어짐 등이 예민하게 바뀐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총괄인 한스 우스리히(캐나다)는 경력 40년 차의 베테랑이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어 평창올림픽까지 3회 연속 올림픽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수장을 맡은 그는 “컬링장 얼음은 습도와 온도, 이슬점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아이스 테크니션은 배관, 난방, 냉방, 물 등 제반 조건을 망라하는 일이다. 얼음제조는 물론 관리까지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스 우스리히. 연합뉴스
한스 우스리히. 연합뉴스

습도도 얼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빙상 경기장은 40∼50%의 습도를 유지하지만 컬링은 35% 내외다. 컬링장 얼음은 단순히 물을 통째로 얼려서 만드는 게 아니다. 2㎜ 두께의 얼음층을 30개 이상 깔아야 한다. 얼음을 깎을 때도 빙상장에서 흔히 보는 ‘잠보니(정빙기계 차)’보다 작은 ‘아이스 스크레이퍼’라는 제빙기를 사용한다. 아이스 스크레이퍼는 1,000분의 1인치 단위로 얼음을 깎는다. 물은 칼슘 등 미네랄과 이물질이 전혀 없는 정수만 사용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적합한 빙판 두께는 2.5cm다. 미네랄 성분이 제거된 순수한 물을 먼지가 완벽하게 제거된 콘트리트 바닥에 뿌려 15~17겹 얼려 나간다. 표면은 박차고 나가는 힘을 견딜 만큼 단단하지만 스케이트 날이 잘 미끄러지도록 미세하게 녹아 있어야 한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초기 공사 때부터 이 분야 최고 실력자인 아이스메이커 마크 메서(캐나다)에게 자문을 받아온 덕에 지난 2월 테스트이벤트 때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31ㆍ네덜란드)도 “세계 정상급 경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엄지를 들었다. 메서는 아이스메이커라는 직업을 “경기장의 컨디션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지휘자”라고 표현하며 “기계공학과 건물제어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기계공학 전공자다.

아이스테크니션 배기태. 연합뉴스
아이스테크니션 배기태. 연합뉴스

피겨용 얼음의 두께는 5cm다. 한 번 물을 뿌려서 얼리는 얼음의 두께는 0.2mm로 이 두께를 만들려면 200차례 이상 얼음 얼리기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동안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피겨와 쇼트트랙이 번갈아 열린다. 피겨 아이스링크 표면 온도는 영하 4도가 최상이고 쇼트트랙은 영하 7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빙질을 바꿔야 한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배기태 빙질 담당관은 “표면 온도를 올리는 건 오래 걸리지만, 내리는 작업은 수월해 문제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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