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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중국, 미중갈등 관리 필요… 한국과 ‘3불 약속’ 실리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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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중국, 미중갈등 관리 필요… 한국과 ‘3불 약속’ 실리도 챙겨

입력
2017.10.31 21:3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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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中포위망에 균열 노리며

유연한 협력외교 가능성 내비쳐

미중 정상회담 발언권 강화 포석도

그림 1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31일 서울 종로구 중국문화원에서 태극기와 중국 오성기 뒤로 사진전 ‘중국이야기 2017’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1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31일 서울 종로구 중국문화원에서 태극기와 중국 오성기 뒤로 사진전 ‘중국이야기 2017’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의 실타래를 푸는 과정에서 중국은 속내와 전략을 명확히 드러냈다. 외견상 한미 양국 모두와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자국 포위망 강화를 막아내고 중ㆍ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단기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중국이 31일 한중 양국 간 공동합의문을 통해 사드 주한미군 배치를 사실상 용인한 것은 그 자체로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반대를 천명했음에도 현실적으로 배치 철회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1인 천하’를 구축한 시 주석의 체면이 걸린 문제여서 해결이 요원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집권 2기에 돌입한 시 주석으로선 미중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서야 할 상황에서 미중 간 갈등의 한 축인 사드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절대권력자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대외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만큼 미국ㆍ한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러나 일방적으로 양보한 게 결코 아니다. 공동합의문에 사드 배치 반대 문구를 삽입시켰고, 특히 ‘3불(三不) 약속’을 명기함으로써 실리를 챙겼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미 배치 완료된 사드를 철회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사드 추가배치와 한국의 미국 MD체계 편입을 막음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이를 통한 대중 포위망 구축에 일정한 균열을 낸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 한국과의 사드 갈등 해소가 친성혜용(親誠惠容: 친밀ㆍ성의ㆍ호혜ㆍ포용)을 앞세운 시진핑 2기 외교전략의 근간인 ‘신형 국제관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란 점에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분쟁, 인도와의 국경 분쟁, 일본과의 동중국해 분쟁 등에서도 유연해질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경제협력을 무기로 한 선린ㆍ협력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역내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한중관계가 회복될 경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에 무게를 둔 문재인 정부와의 협조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미국이 ‘북핵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속적으로 대북제제의 강도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ㆍ평화를 명분으로 한국과 일정 부분 비슷한 목소리를 내게 되면 전체 판세를 흔드는 것은 물론 북중관계 추가 악화를 막을 여지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신형 국제관계의 최종 목표를 2050년까지 종합적인 국력과 국제사회 영향력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현존 세계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 추진을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여기에다 군사동맹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미일 양국과 한국을 일정 부분 떼어놓는 건 미국이 자국의 턱 밑에서 추진하는 포위망을 약화시킴으로써 중ㆍ장기적으로 미국과 본격적으로 패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8~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이유로 배치를 주장해온 사드를 일부 용인한 만큼 추가적인 대북제재 동참 압박은 물론 무역ㆍ통상분야 등 양자 간 갈등현안을 두고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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