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밝힐 성화가 마침내 그리스를 출발해 1일 우리나라에 도착한다.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 오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도종환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 이희범 조직위원장, 김성조 대한체육회 부회장, 홍보대사 김연아 등으로 이뤄진 조직위 성화 인수단은 31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올림픽위원회로부터 성화를 인수했다. 지난 24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는 505명의 봉송 주자를 거쳐 그리스 내 2,129㎞를 일주한 지 7일 만인 이날 오전 아테네 명소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다.
6만 명을 수용하는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1896년 제1회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근대 올림픽의 상징적인 장소다. 바람이 부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약 1만 명의 아테네 시민들이 관중석을 메워 성화 인수 행사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는 그리스 리듬체조학교 학생 60명으로 구성된 그리스올림픽위원회의 화려한 문화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안무가 팝핀현준과 국악인 박애리씨 부부가 펼친 평창조직위 인수단의 퓨전 공연이 이어진 뒤 열린 성화 채화식에서 '평창 불꽃'을 성화봉에 옮긴 그리스 여배우 카테리나 레후(50)가 성화봉을 들고 여사제들과 함께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이어 성화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한국에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김기훈(50) 울산과학대 교수에게 전달됐다. 김 교수는 환호 속에 손을 흔들며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트랙을 약 200m가량 뛴 뒤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인 그리스 알파인 스키 선수 이와니스 프로이오스(22)에게 건넸다. 프로이오스는 트랙을 반 바퀴 돌아 중앙 무대에 설치된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평화의 상징 흰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내는 여신들의 장엄한 율동으로 행사 분위기는 고조됐다. 스피로스 카프랄로스 그리스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꿈과 열정을 담은 성화 봉송 레이스가 곧 한국에서 시작된다"며 "전 세계 여러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여배우 레후가 성화봉에 불을 붙여 카프랄로스 그리스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성화를 건넸고, 카프랄로스 위원장이 이를 다시 이희범 조직위원장에게 건네면서 인수 행사는 막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성화봉에서 평창의 '불꽃'을 따로 떼어내 한국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안전램프에 담아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성화는 곧바로 전세기 편으로 한국으로 출발했다. 1일 오전 도착 직후 도종환 장관과 김연아의 손에 들려 한국 땅을 밟게 된다. 환영 행사 후 성화는 인천대교를 출발해 대회 개막일인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 동안 7,500명의 손에 들려 전국 곳곳의 2,018㎞를 도는 본격적인 봉송에 돌입한다. 성화봉송에서 영광의 1번 주자는 피겨 여자싱글 차세대 주자인 유영(과천중)이 맡았다. 이 밖에도 ‘국민MC' 유재석과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스포츠토토) 등 첫날부터 특급 스타들이 주자로 나서 평창 붐업에 힘을 보탠다. 또 4일 부산에서는 축구 대표팀 코치를 맡은 차두리가 2011년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신영록과 함께 그의 재기를 돕는 뜻 깊은 성화봉송에 나선다.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도 축구 꿈나무 11명과 단체 성화봉송을 준비하고 있고,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사진작가 조세현,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 감독,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 등도 성화봉송 릴레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아테네=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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