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네이버가 시장지배력을 남용,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질타를 쏟아내자 이 창업자는 “사과 드리겠다”, “개선하겠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국감 내내 대체적으로 몸을 낮추던 이 창업자는 그러나 증인 질의가 모두 마무리되고 이진복 정무위원장(자유한국당)이 “증인 중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 계시냐”고 묻자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발언을 자청했다. 증언대에 선 이 창업자는 3분여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인터넷 시장은 오프라인과 달리 국경이 없기 때문에 싸이월드가 사라지면 그 (광고수익을) 작은 업체나 신문사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이 가져간다”며 “페이스북과 구글이 국내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하고 서버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창업자는 “이에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독주를 막고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모든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인터넷) 시장은 (국내로 국한하지 말고) 세계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는 최근 네이버가 사회적으로 집중 질타를 받으며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다소 억울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우리나라도 IT 업계 내 ‘토종’ 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이 창업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부터 일본 시장 개척에 힘썼고 지금은 유럽 시장을 챙기고 있다”며 “잘할 수 있는 일(기술ㆍ글로벌 투자)을 열심히 하고, 거기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의원들의 지적은) 해외의 유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의 광고시장 내 영세 업체들까지 네이버가 먹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다는 것”이라며 “이 창업자 말씀대로 국민들은 네이버가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와 경쟁해서 살아남는 기업이 되길 희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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