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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리자마자 암초… ‘뉴롯데’ 추진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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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리자마자 암초… ‘뉴롯데’ 추진 차질 빚나

입력
2017.10.31 17:5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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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증시 데뷔한 첫날

신동빈 회장 10년 구형에 충격

M&A, 호텔 상장 동력 상실 우려

中과 해빙, 평창 호재 눈앞 발목

내달 1심 선고에 관심 집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관련 4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관련 4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기업 CI까지 바꾸며 새 출발을 시작했지만, 드리운 암운이 쉽게 걷히질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자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롯데 측은 “향후 법원의 선고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검찰은 30일 신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마침 이날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가 출범한 뒤 증시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날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과거 가족 중심 경영이나 경영 불투명성을 해소하고자 기업공개, 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 갖은 노력을 해온 당사자에게 오히려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재계 관계자도 “대기업 총수에게 내려진 것으로는 예상 밖의 형량”이라고 말했다.

선고가 꼭 검찰 구형에 비례해 내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징역 10년의 구형은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에 쉽지 않은 형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2월 예정된 1심 선고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당장 경영권을 상실하지는 않더라도 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뉴롯데’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0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그동안 공들여왔던 인수합병이나 동남아 진출, 호텔롯데 상장 등의 추진에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었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안정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룹은 그 돈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다.

일본의 경우 실형을 받은 기업인은 경영에서 배제하는 기업 문화가 있어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권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지난 수년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았고, 올해 초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준 뒤에는 보복의 타깃이 돼 중국의 롯데마트가 모두 문을 닫는 등 1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어야 했다. 오랜 고생 끝에 한중 관계가 복원돼 활로가 열리려는 시점에 총수에 내려진 예상 밖의 중형이 새롭게 시작하려는 롯데의 앞길을 붙잡고 만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은 신 회장이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법정구속 등 실형이 선고될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핵 위기로 몇몇 국가에서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국제스키연맹의 집행위원이기도 한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경영 비리 혐의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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