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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포효, KIA V11 원동력] ① KIA 선수들이 말하는 '우리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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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포효, KIA V11 원동력] ① KIA 선수들이 말하는 '우리 감독님'

입력
2017.10.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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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KIA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KIA가 '왕조'의 부활을 알렸다. KIA는 2017 한국시리즈에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통합 우승이자 통산 11번째 정상이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달려오며 챔피언 위치까지 올라선 KIA의 우승 원동력을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사랑합니다."

어쩐지 낯간지러운 말이다. 성인 남자가 꺼내기엔 가장 어렵고도 짧은 문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기태(48) KIA 감독은 선수단에 아낌없는 사랑을 드러내곤 하다. '형님 리더십'으로 불리는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KIA 양현종(29)은 "중요한 경기를 치렀을 때나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마다 감독님께서 먼저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떠올렸다. 감독이 먼저 선수에게 문자를 보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수들의 거사를 챙기며 마음을 얻었다. 양현종은 "꼭 존댓말로 문자를 보내신다. '김기태입니다'로 시작하는 문자는 꼭 '사랑합니다'로 끝난다. 내가 (2015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조기귀국을 했을 때도 감독님께서 문자를 보내셨는데 마지막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넣으셨다"며 웃었다.

2015시즌부터 팀을 이끌어온 김 감독은 올해 KIA의 쾌속 질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해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이뤄낼 수 있게 한 가장 큰 힘을 제공했다.

김 감독은 '상남자' 스타일이다. '보스'라는 별명처럼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그가 누구보다 세심한 면모를 갖췄다는 것을 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처럼, 무조건 권위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주 보인다. 이런 진심을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선수들이다.

양현종은 "야구 이야기는 오히려 잘 안 하신다. '쉬는 날에는 아내,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자주 말씀하신다"며 "감독님께서 야구이야기를 하시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그런 걸 신경 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를 믿고 신뢰한다는 의미도 있다. 양현종은 "에이스로 대우를 해주시니 나도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말 김기태 감독 부임 후 KIA는 '동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낙오자 없이 끝까지 함께 하자는 의미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동행을 위한 김 감독의 배려가 넘쳤다.

베테랑 이범호(36)는 이번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2타수 1안타, 타율 0.083으로 고전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방망이가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아 속앓이를 했다. 그런 베테랑의 마음을 보듬은 것 역시 수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이범호에게 "나도 현역 시절 포스트시즌에선 잘 못 쳤다"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범호는 "위로를 해주시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더 잘해서 감독님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마음처럼 그는 10월30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던 3회 2사 만루에서 상대 니퍼트의 초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경기 초반부터 두산을 제대로 흔들어 놓은 한 방이었다. 이범호는 "내 남은 선수 생활은 물론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 하더라도 감독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이 크게 남을 것 같다. 첫 우승을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영광이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김 감독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건 선수단에 대한 배려다. 2017시즌을 앞두고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KIA로 이적한 최형우(34)는 "김기태 감독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기태 감독과 1년을 함께 보내며 통합 우승을 일궈낸 그는 "'형님 리더십'을 내세우는 분들은 많다. 하지만 감독님처럼 정말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소통을 하시는 분은 없다"며 엄지를 들었다. 캡틴 김주찬(36)은 "감독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는 감독이 왕이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이 왕이다'고 하신다. 그만큼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신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인 김 감독이 마침내 우승까지 이루며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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